18세기 이후 2세기에 걸쳐 유럽 금융시장을 장악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손이 운용하는 대형 헤지펀드 애티커스 캐피털이 올들어 최대 5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 손실액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구제금융 금액 36억 달러를 넘는 금액이어서 이 헤지펀드가 파산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애티커스 캐피털의 핵심 펀드 두개가 신용경색 위기로 올해 각각 4분의1과 3분의1의 자산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트레이더인 데이비드 슬래거가 운용해 온 애티커스 유러피언은 8월말까지 32.9%, 애티커스그룹의 모회사격인 애티커스 글로벌은 25%의 손실을 각각 입었다. 이는 헤지펀드의 단기 손실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이 같은 대형 손실은 지난 1998년 LTCM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들 펀드의 손실은 테마형 투자 전략에 따라 한두가지 상품에 집중된 대규모 투자와 리스크 헤징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투자자들에 보낸 레터에 따르면 애티커스의 7월말 운용자산 규모는 140억달러로 지난해 피크 때의 200억달러에 비해 거의 30%나 감소했다. 야콥 로스차일드경의 아들인 나다니엘 로스차일드가 공동 CEO로 있는 애티커스는 최근 수년간 유럽권의 대형 인수(M&A) 거래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독일 증권거래소와 런던증권거래소(LSE)간 통합 건,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의 네덜란드계 은행 ABN암로 합병 건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애티커스는 도이체 증권거래소 지분 11%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캐나다 출신의 팀 바라케트가 1995년 설립한 애티커스 글로벌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5대 후손인 내서니얼을 끌여들여 그의 인맥을 자금 모집에 적극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들은 영국에서 교육받은 네덜란드계 펀드매니저 슬래거를 끌여 들어 별도의 유럽 펀드를 만들었다. 이들 세명은 지난해 여름까지 수년간 증시호황기에 20~60%의 고수익을 올렸으나,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서자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장래를 낙관하고 매도 포지션을 거의 설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