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히 쓰이는 우리말에 '할수없다'라든지 '별수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 표현 속에 나오는 '수'라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뾰족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바둑의 경우에 이것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참아도 찾지 못하는 그런 기막힌 수, 숨어있는 묘수를 찾아내기 위해 프로들은 고심한다. 그런 수를 읽어내느냐 못 읽느냐에 승부가 결정된다.
지금 이세돌은 무시무시한 수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백20과 백22가 그것이다.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이 수순 속에 그의 노림이 있었다. 흑23과 25는 그가 예측한 그대로였다. 그가 오래 전에 읽어둔 가상도는 참고도1의 백1로 차단하는 것이었다. 흑2로 끊을 때 백3이 준비된 묘수. 흑4로 잡을 때 백은 5로 중앙을 큼지막하게 접수한다는 것이 그의 시나리오였다.
흑이 취한 이득은 7집인데 백이 얻어낸 이익은 12집이 족히 된다. 이것으로 백승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인데 그가 미처 읽지 못한 것이 있었다. 흑6과 흑8이 상변 백대마 전체를 위협하는 선수활용의 수순이 된다는 점을 그만 간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고 나면 도리어 백이 밑지는 거래가 된다.
이세돌은 작전을 수정했다. 역끝내기 자리인 실전보의 백26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새로 읽은 가상도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10이었다. 이 코스면 미세하긴 해도 백이 이긴다고 보았다. 그런데 콩지에는 한 수를 더 보고 있었다. 실전보의 흑27로 굳건하게 버티는 강수가 있었다. 이 강수의 후속수단은 다음 보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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