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가 개막하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30만 명 이상)이 베니스 시민(27만명)보다 많다. 행사 기간에는 거주민의 80%가 관광객에게 숙소를 내 준다는 핑계로 베니스를 떠나있을 정도로 경제파급 효과도 크다. 미술 이야기와 관광이 결합하는 융복합 창조경제의 결정판인 것이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의 공통점은 한 자리에서 미술경향을 두루 보여주는 박람회라는 것. 차이는 비엔날레는 작품 전시와 감상·비평 그 자체를 추구하는 '예술성' 행사인 반면, 아트페어는 미술품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성' 행사라는 점이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 이탈리아 국왕 부부의 은혼식을 기념하며 처음 열렸다. 선진과학기술을 보여주는 만국박람회의 개념을 미술에 접목한 것으로, 나라별 국가관을 두고 있어 마치 올림픽 국가대표 경쟁을 방불케 한다. 독일 표현주의, 프랑스 야수파와 후기 인상파, 팝아트와 개념미술 등 다양한 근대미술의 사조가 이곳에서 선보였다. 미술전은 매년 홀수해에 열리고, 짝수해에는 건축전이 열린다. 세계 3대 비엔날레는 베니스와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비엔날레, 미국 휘트니비엔날레를 가리킨다. 5년에 한번씩 열리지만 비엔날레급 영향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카셀도큐멘타도 유사한 성격의 미술제다.
미술품 견본시 격인 아트페어는 화랑들이 모인 '미술백화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작품을 알 수 있으며, 검증된 화랑들은 앞으로 더 잘 팔릴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라 의미있다.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는 1970년에 스위스의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동료 화랑들과 기획해 시작한 바젤 아트페어(Art Basel)이다. 지금은 전 세계 300개 화랑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백만장자 슈퍼리치들이 전용기를 타고 찾아갈 정도로 성장했다. 아트바젤은 프랑스의 피악아트페어(FIAC), 미국의 시카고아트페어(Art Chicago)와 더불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참여화랑의 수준이 출품작의 질을 결정짓기에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이들 아트페어에 '그림을 팔러 나갈' 수 있다. 화랑이 경매회사를 운영하거나, 자체 발굴한 전속화가가 없다면 낄 수 없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상업성을 경계로 엄격히 나뉜 듯하나,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비엔날레에서는 직접 작품거래를 할 수 없지만 예술성과 미술사적 측면에서 '사 둘 만한 작품'의 검증처가 된다. 작가의 비엔날레 참여 이력이 작품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트페어 역시 당장 잘 팔리는 그림만 내놓는 게 아니라 실험적인 예술과 향후 미술계를 이끌 경향을 주도적으로 선보이며, 의미있는 기획전과 비영리 전시프로그램 등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비엔날레로는 광주와 부산비엔날레가 있으며, 아트페어는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최대 규모다. 지자체 주도의 비엔날레 과다와 작품수준이 검증되지 않은 이익단체 위주의 아트페어 난립은 국내 미술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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