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닷새가 넘도록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항공기(편명 MH 370)의 경로이탈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군 당국이 처음으로 이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부인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2일 실종된 항공기가 레이더망에서 사라진 후 기수를 서쪽으로 돌려 한 시간 동안 비행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말레이시아 일간지 '바리타하리안'은 군 관계자를 인용해 실종 항공기가 사고 당일인 지난 8일 새벽1시22분께 통신이 두절된 지 약 한시간 만에 서쪽으로 이동해 말라카해협 북쪽을 통과하는 신호가 잡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조종석에서 고의로 교신을 끊은 뒤 항로를 이탈해 비정상적으로 이동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로이터는 "이 보도대로라면 항공기가 서쪽으로 500㎞ 이상 비행한 것이 된다"며 "갑작스러운 기체고장의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린 군 관계자로 밝혀진 로잘리 다우드 말레이시아 공군사령관은 정작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사고기의 회항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뿐"이라며 "불확실한 여러 요소들이 제거되기 전까지 실종 항공기의 비행경로를 확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총리실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인접국인 말레이시아·베트남 군 당국도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 당국은 본토 서쪽과 북서쪽 해역인 말라카해협과 안다만해역까지 수색범위를 확대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도 공개하지 않았다. 아자루딘 압둘 라흐만 말레이시아 민항청장은 "모든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 발표대로라면 애초에 항공기가 가지 않았다는 지역까지 조사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주변 10여개국은 수색구역을 확대했음에도 잔해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계속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당국과 군이 사고발생 초기의 실수를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 섞인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항공사가 모호하고 때로는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민간정부가 군부를 반박하는 모양새까지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발생 초기에 수색을 주도했던 베트남 정부도 항공기 이동경로에 대해 불충분한 정보가 들어온다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베트남은 당초 자국영해 수색을 중단한다고 했다가 항공기의 항로이탈이 아니라는 발표 이후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실종자가 가장 많은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정보가 되레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한편 수색이 장기화하면서 원인에 대한 추측도 갈수록 분분해지고 있다. 호주 언론은 사고기 부기장이 과거 비행 도중 조종실에 금발 여성 2명을 태우는 등 기행을 저질렀다고 전하며 조종사의 과실에 사고원인의 무게를 실었다. 반면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전날 미국외교협회(CFR) 강연에서 "사고기 송수신기 미작동 등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며 "상황을 속단할 수 없지만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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