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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14> 데이트 매뉴얼?


대한민국 연애지도 <1> 데이트 메뉴얼?

사랑 이야기를 20~30대의 시선에서 잘 써내려 갔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여러 온라인 공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쳤는데, 주변 사람들은 혹시 자신의 경험담을 3인칭 시선을 빌어 쓴 것 아니냐며 수군대기도 했습니다. 기자도 그 분의 이야기를 조금 읽어 봤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다룬 적 있지만 남녀가 왜 완성된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썸’만 타다 끝나는지, 꼭 헤어져야 하는 커플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등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그것이 어쩌면 80년대 이후 세대가 갖고 있는 주된 인생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두뇌 회로는 이전 세대에 비해 단순해졌다고들 말합니다. 개발 연대의 어르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엄청난 전략을 발휘할 만한 간절함이 별로 없다고들 합니다. 당장 배가 고프고 직업이 없어도 자신의 마음 속 회로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은 가장 중요한 정신적 복지 중 하나입니다. 높은 수준의 봉급이 나오고, 좋은 집과 차를 타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무엇인가 결함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시대입니다. ‘그깟 연애도 못하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이는 어느 때보다 척박한 환경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시선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그런데 사랑은 정말 연애를 통해서만 그러니까 연애라고 규정된 어떤 특정한 행동에 의해서만 완성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어느 연애 칼럼니스트가 이웃 나라 일본인들의 연애 행동을 분석해 봤더니 3일에 한 번 연락하고도 관계를 잘 유지하는 커플이 60%를 넘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커플들처럼 길 거리에서 손을 잡지도, 팔짱을 끼지도 않는 경우도 55%를 넘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불완전한 연애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의 일상과 자신의 일상이 연애라는 관계적 상황 못지않게 소중하기 때문에 정도와 범위를 지켜 가며 각자의 삶을 나누는 모습으로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연애와 관련된 심층 설문이나 SNS 데이터들을 들여다보면 유난히 ‘갖는다’ ‘데리고 있다’ ‘연락하다’ 등의 단어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연애를 일종의 자산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인 셈입니다. 소셜데이터 분석 결과 이들이 연인과 흔히 하는 일은 ‘밥 먹다’ ‘카톡 보내다’ ‘맛집에 가다’, ‘공연을 보다’ 등이 꼽혔습니다. 연애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상대방이 없으면 조금 어색한 동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음식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느 유명한 이탈리안 파니니와 청포도 주스를 같이 파는 집은 남자들끼리 가면 약간은 어색한 공간처럼 인식되기도 합니다. 파스타 집도 마찬가지죠. 남녀가 같이 가는 게 보다 자연스러운 특정 행동이나 공간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겁니다.



세상엔 사람 숫자만큼 다양한 욕망이 존재한다고들 하는데 연애방식에 고정형이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기분입니다. 사랑에 대한 형이상학적 단어는 넘치는데, 사랑에 대한 형이하학적 행태만 이루어지는 건 왜일까 생각해 볼 일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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