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북남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역사적인 북남 공동선언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세 배격 △체제통일 배제 △한미 군사연습 중단 △사회주의 제도 비방·중상 중지 △남북 간 교류협력을 가로막는 법적·제도적 장치 철폐 등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그동안 북한이 반복해온 내용이다.
다만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 미사일 발사 시험 등의 도발을 이어오다 당국 간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가로막혀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고 명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라면서도 "우리 정부는 8·15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북한의 이러한 대화 제의를 충분히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6·15 남북 공동행사 개최가 무산되면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올해 8월15일 기념행사 역시 남북이 함께하지 못하는 '반쪽 행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당국 간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정부는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게 됐다.
내년에는 총선, 그 다음 해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인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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