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이날 발표한 ‘2007~2011년 독일 생활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소득 수준 상위 10%가 독일 전체 부(富)의 53%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전체 가구의 절반이 소유한 부의 총 규모는 독일 전체 부의 1%에 그쳤다. 가구 소득 평균의 60%를 밑도는 빈곤층 위험군은 이 기간 14~16%를 기록했으며, 독일 국민 중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이 7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경제는 지난 2010년 3.7%, 2011년 3.0% 등 2년 연속 유럽 내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독일의 실업률은 9.0%에서 6.8%로 떨어져 고용 시장은 유럽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소득 불균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비슷했고, 노르웨이ㆍ핀란드ㆍ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비해서는 높았다.
전체 548쪽인 이 보고서의 초안에는 “민간의 부가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연립정권 내 소수당인 자민당 소속 필립 뢰슬러 경제장관의 요구로 이 문구가 최종판에서는 삭제됐다. 야권과 노동계에서는 이 보고서가 심각한 부의 불균형을 감추려고 미화됐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후베르트 하일사회민주당(SPD)의 원내 부대표는 “자민당의 압력을 받아 메르켈 정부가 빈부 격차 실태를 조작했다”며 “독일 사회의 현실을 망각하게 하고 사람들의 정의감에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