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아파트 ‘후(後)분양제’에 대한 검토작업에 나서면서 현행 주택공급제도의 근본 틀을 바꿀 것으로 예견됐던 후분양제 로드맵은 시행 전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특히 ‘11ㆍ15 부동산대책’ 발표 1주일 만에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가 후분양제를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부동산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후분양제는 ‘입도선매’식의 기존 선(先)분양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건교부가 지난 2004년 로드맵을 만든 것으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 시행하기로 한 상태다. 재경부가 21일 ‘후분양제 도입 재검토’ 방침을 밝힌 만큼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집값 안정이 최대 현안인 정부로서는 ‘공급확대’가 ‘후분양제’보다 더 중요한 정책목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제도개선과 관련, 후분양 로드맵 전체를 연기하거나 일단 예정대로 도입하되 확대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택지지구 내 공공아파트는 당초 계획대로 시행하되 후분양제 도입 업체에 택지공급 우선권을 주는 인센티브제를 없애 도입 여부를 완전히 민간자율에 맡기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후분양제 자체를 전면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분양가능 공정률 조정ㆍ확대시기ㆍ적용대상 일부 조정 등 부분적인 손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후분양제의 손질 여부와 관계없이 11ㆍ15 대책 발표 후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컨트롤타워인 재경부와 핵심 부처인 건교부가 불협화음을 냈다는 점이다. 재경부의 재검토 방침에 대해 건교부는 이날 “후분양제 도입도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강팔문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이날 “서울시의 은평 뉴타운 후분양제는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부처 방침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쳐 건교부 역시 내심 후분양제 연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재경부와 건교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자 일부에서는 지난 11ㆍ15 대책 자체가 실질적 효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급조된 작품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급로드맵에서 제도의 근본 틀을 흔드는 후분양제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은 난센스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공급확대 로드맵이 자칫 어긋났을 경우 시장의 불신만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제반 요인들을 면밀히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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