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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보다 무서운 소비자
입력2011-05-08 17:21:23
수정
2011.05.08 17:21:23
'신라면 블랙'으로 촉발된 프리미엄 식품 논쟁이 거세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트위터 등에서 맛과 가격을 놓고 매서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분노 섞인 시식평이 대부분이다. 맛은 둘째치고 라면이라는 음식의 치명적인 단점인 나트륨 함량이 기존 라면과 똑같다는 점과 영양성분 업그레이드도 두 배 이상 오른 가격 급등 폭에 비해서는 초라하다는 점이 주요 논거다. 착한 맛과 가격으로 사랑 받아온 서민식품 라면이 더 이상 착한 가격을 버렸다는 점에서 '서민'품평가들의 정서적 배신감도 크다. 비싼 라면이 마트 진열대에 자리잡게 되면 다른 라면이 100원, 200원씩 올라도 저항감이 없어지고 어느새 오른 가격에 무감각해질까 봐 두려운 소비자들의 심리도 깔려있다.
프리미엄과 리뉴얼 등을 통한 가격인상은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고급화 전략', 나쁘게 말하면 눈속임 식 가격인상이다. 이는 식품업계의 단골 수법이다. 식품업체들은 1L짜리 우유 용기를 900㎖로 바꾼다던가 포장재를 변경하거나 일부 성분을 추가하고 두뇌발달에 좋다고 광고하며 슬쩍 가격을 올려왔다. 유기농성분을 눈곱만큼 첨가하고는 '유기농'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것도 고전적 전략이다. 억대 모델료를 주고 유명인을 광고에 기용하는 것은 고급화 전략의 '화룡점정'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비싸도 혹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점이다. 가격 논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신라면 블랙 역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고 그에 합당한 수준의 가격인상을 한다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시장은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시장 작동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정확한 정보 공개와 이에 따른 소비자의 선택. 다행히도 최근 공정위가 신라면 블랙을 비롯한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의 과대 광고 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될 때만 점검에 열을 올리는 보여주기식 행정은 식품업체의 내성만 키울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장요한 것은 바로 소비자의 냉정한 판단이다. 정부의 어떤 압박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소비자의 외면이다. 실재하는지 알 수 없는 프리미엄 효능 광고 때문에 비싼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행태가 반복된다면 식품업계의 눈속임식 고급화 전략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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