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대충 동여매고 무릎 나온 트레이닝 복을 즐겨 입는다. 눈물로 화장이 잔뜩 번진 얼굴, 지하철에서 잠들어 옆 사람 손에 침 흘리기는 기본. 술을 먹고 하염없이 울어대며 다른 사람 얼굴에 구토를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여기에 누구라도 들으면 귀부터 막아 버릴 듯한 소위‘저질 성대’까지 가미했다.
배우 박하선(25·사진)이 MBC 시트콤‘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보여준 허당 국어교사‘박쌤’에 이어 또 한 번 발랄하고 재미난 연기를 선보인다. 코미디 영화‘음치클리닉’(29일 개봉)에서다. 영화는 짝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음치 탈출을 하려는 여자(박하선 분)와 그를 도와주려다 엉겁결에 애정전선에 합류하게 된 음치클리닉 강사(윤상현 분)와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하선을 만났다. 그는“‘음치클리닉’으로 박하선 표 코미디 연기의 끝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닐 정도로 그는 이번 영화에서 그야말로 마음껏 망가졌다. 극 중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표정 연기.“영화를 보면서 스스로도‘왜 이렇게 못 생겼지?’라 생각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배우로서) 얼굴에 뚜렷한 매력이 없어 늘 리액션을 할 때도 좀 더 크게 하고 눈썹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얼굴에 가급적 많은 표정 변화를 담으려고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말했다.
단아하고 청순한 외모에 숨은 박하선 만의 반전 매력은 이미 시트콤‘하이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발랄하고 푼수 끼 넘치는‘하이킥’의 허당 국어 선생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과한 애교보다 털털한 모습을 보다 부각했다.
“‘하이킥’에서 애교가 과했던 지 여성 팬들이 대거 이탈했어요. 대중문화는 여성 파워가 상당하다고들 하잖아요. 영화를 통해 건어물 녀 트렌드나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행동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여성 팬들의 사랑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음치클리닉’은 박하선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당찬 스물 다섯의 배우는 보다 온전히 캐릭터에 녹아 들기 위해 탄탄한 준비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피아노와 난타를 두 달 간 속성으로 연마하고, 보다 살아있는 취중 연기를 위해 실제 소주 1병을 들이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단 하나,“고음 불가의 천성적으로 낮은 목소리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노래 실력 덕분에 음치 연기는 외려 힘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영화‘음치클리닉’을 통해 박하선 표 코미디를 아낌없이 쏟아낸 만큼 그는“당분간은 코미디를 표방하는 영화는 쉬고 싶다”고 했다.
“단아한 연기만 하다‘하이킥’이후 발랄한 역이 많이 들어왔어요. 덕분에‘음치클리닉’을 만났고, 코믹의 끝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선 굵은 묵직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풍기는 이미지와 외모 때문인지 아직 저를 마냥 여리게만 보는 데 그런 이미지를 벗어 던질 수 있는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하얀거탑’의 장준혁과 같은 인물이요. 진한 멜로 연기도 하고 싶고요.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색깔이 정말 많네요.”(웃음)/ 사진=김지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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