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그는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외국계 헤지펀드에 농락당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고언이다. 엘리엇 사태를 삼성물산 한 기업의 관점이 아닌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위협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황 회장의 우려처럼 엘리엇의 공격에 삼성물산이 뚫리면 여파는 국내 기업 전체에 미칠 수 있다. 그간 엘리엇이 중남미 등에서 보여온 행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엘리엇뿐 아니라 다른 헤지펀드들도 한국 기업을 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잖아도 올 들어 미국계 헤지펀드들이 유럽과 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일본에서는 2월 미국계 서드포인트가 산업로봇 제조사를 괴롭히는 등 헤지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소식이다.
국내 기업들도 언제든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의 먹잇감으로 노출될 수 있는 처지다. 삼성물산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약점이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차제에 국내 기업들도 헤지펀드 공격의 빌미가 되는 지배구조나 주주정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황 회장의 조언처럼 주주친화적 정책을 내놓고 사랑 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 취약한 지배구조의 원인 제공자인 정부 또한 경영권방어 장치 도입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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