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전자책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마존은 100만권이 넘는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기반으로 올해 저렴한 정액제의 무제한구독 서비스 상품을 내놓는 등 전자책 분야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2년 일본에 진출한 아마존은 전 세계 표준이 돼가는 전용단말기 '킨들'을 앞세워 일본 토종 전자책 업체인 라쿠텐을 제치고 2년여 만인 올해 1등으로 올라섰다. 이에 앞서 뛰어든 독일에서도 시장 점유율 43%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등 유럽 시장을 제패했다.
아마존은 9월 한국 담당 마케팅 책임자 공모에 나서는 등 한국법인 설립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자책 업체의 성적표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교보문고 등이 전용단말기를 내놓았지만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타 업체와의 호환성 불가 등 기술적 문제까지 얽히면서 전자책 시장은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마존의 전자책 매출이 2011년 종이책 매출을 앞지르면서 미국의 전자책 시장 점유율은 전체 출판 시장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자책 시장이 전체 출판 시장(약 5조원·단행본 기준)의 3~5%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터에 아마존이 방대한 영어책 콘텐츠에다 한국 대형 출판사 등과 손잡고 한국 책의 디지털화에 나설 경우 일본·유럽 사례처럼 한국의 안방 시장이 아마존으로 초토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보문고·YES24 등 주요 전자책 업체들은 전자책 콘텐츠 투자 확대에 나서기는커녕 자사의 디지털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콘텐츠가 호환되지 않는 전용 단말기를 고집하는 등 전자책 시장 발전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디지털콘텐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업체 간 콘텐츠가 호환될 수 있는 표준 저작권보호장치(DRM)를 최근 개발했지만 정작 업체들은 기존 고객이 잠식될 수 있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