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ㆍ군사 파워가 부각되면서 미국과 함께 주요2개국(G2)으로 불리자 손사래를 쳤다. 아직 경제ㆍ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갈 길이 먼 개발도상국인데 세계 양대 강국을 뜻하는 G2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009년 뽑은 화두도 '베이(被)'였다. 자기 자신은 변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남에 의해 세계 강대국이 됐다는 의미다.
후진타오 정권은 대외적으로도 미국이나 주변국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화평굴기(和平屈起ㆍ평화롭게 강대국으로 일어선다)'를 외교 노선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중국은 힘을 이용해서라도 주변국을 굴복시키며 국익을 확대 재생산하며 세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외교 노선은 공격적인 의미의 '대국굴기(大國掘起ㆍ큰 나라로 우뚝 선다)'에 다름 아니었던 셈이다.
중국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첨예한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싼사시를 설립하는 동시에 사단급 부대를 해당 지역에 편성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조치는 중동전쟁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어버리고 외교정책의 무게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는 미국의 아시아 신개입 전략과 충돌하며 남중국해를 세계의 '화약고'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국제사회에 자아내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통합ㆍ안정을 위해 안정적 경제성장이 절대 과제인 중국이 주변국에 너무 일찍 발톱을 드러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을 위시해 아시아 주변국과 전방위 마찰을 빚으며 외교적 포위 상태에 놓여가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일본ㆍ호주 등 미국의 전통 동맹국은 물론 베트남ㆍ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미국과의 군사 제휴를 강화하며 중국의 해양 군사력 팽창에 맞서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고위 관리들은 미국은 남중국해가 원유 등 중요한 에너지의 이동 경로로서 미국의 핵심이익에 해당한다며 중국의 일방적 영유권 주장이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미 의회는 지난달 '중국 봉쇄'를 연상시키는 '남중국해 평화법'을 발의했다. '이웃 국가를 협박ㆍ위협하는 중국의 행동을 국제법상 도발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하워드 버먼 미 의원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평화적으로 굴기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에 배치된다"며 "미군이 아시아의 해군력 증강을 통해 이 지역의 평화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일본과 영토 갈등을 겪고 있는 댜오위다오 분쟁도 점점 가열되며 중국 보수 군부가 무력 개입을 경고하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쉬차이허우 부주석이 13일 "국가주권과 영토 수호를 위해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는 일이 없이 '군사 투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군부는 잇따른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아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최우선 과제인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며 주변국은 물론 세계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감한 영토 문제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며 국민 단합을 이끌어내는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자칫 과열될 경우 맹목적 국수주의로 변질되며 중국 정부조차도 통제하기 힘든 갈등 국면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고속 경제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올해 원유 소비의 50%인 2억톤을 수입해야 하고 2020년이면 총 소비의 75%인 5억톤을 수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와 경제교류 확대를 위해 주변국과의 평화로운 외교환경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처럼 갈등과 경계를 불러일으키는 태도는 중국을 외교적 고립으로 치닫게 하며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남중국해 분쟁이 격화하며 미국이 본격 개입할 경우 중국의 중요한 중동산 원유 수입 루트인 말라카해협이 봉쇄되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교 군사 갈등과 함께 세계경기 침체로 미중 간 무역분쟁 등 주요국과 경제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것도 중국의 G2 부상을 옥죄고 있다. 근년 들어 양국은 미국산 닭고기, 중국산 파이프, 타이어 등을 놓고 티격태격 관세 보복 전쟁을 벌여왔다. 올해는 미국이 올해 중국산 태양전지가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지원으로 헐값에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며 상계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나서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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