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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0월 23일] 맨 뒷사람이 개에 물린다
입력2009-10-22 18:48:01
수정
2009.10.22 18:48:01
"나는 천체의 운동을 계산할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누구나 다 아는 물리학자 겸 천문학자 아이작 뉴턴은 대표적인 재테크의 실패자였다. 당시 세상을 휘몰아친 주식투자 광풍에 휩쓸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차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1720년 4월 그는 남해회사 주식을 매각해 수익률 100%에 달하는 7,000파운드의 이익을 실현하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해 봄과 여름 더 많은 주식을 거의 최고점에서 매입해 2만파운드의 손실을 입었다. '광기, 패닉, 그리고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찰스 P 킨들버거, 로버트 Z 알리버 공저)'는 자신을 포함, 재정파탄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태에 마음 상한 뉴턴이 남은 생애 내내 남해라는 이름을 듣는 것조차 견디기 어려워했다고 전한다.
부동산 시장에 위험성 엄습
소설가 마크 트웨인도 재테크투자에서는 뉴턴 못지않았다. 주가 상승에 현혹돼 몰빵 투자를 했다가 거덜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10월은 주식 투자에 극히 위험한 달이다. 또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2월도 위험하다"는 명언은 그래서 나왔다.
물론 주식투자의 실패담은 우리 주변에도 널렸다. 신경제가 생산성을 무한정 끌어올릴 것이라는 허상을 낳았던 닷컴 버블에 현혹돼 수많은 개인이 무너져내렸다. 휴지가 된 주식이 부지기수고 살아남아 있더라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주가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게 많다. IMF 금융위기에도, 그리고 가까이로는 리먼 파산사태 이후에도 이런 아픔이 수없이 양산됐다. 코스피지수가 위기 이전 수준까지 거의 회복됐다지만 일부 우량주 상승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이런 위험성이 최근 부동산시장에 엄습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에 몰리고 있는 돈의 열기를 보면 갈수록 위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위치만 어느 정도 좋으면 은행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메리트 때문에 '묻지마'에 가까울 정도로 청약열기가 뜨겁다. 청약이나 계약이 안된 1~2층 아파트에도 프리미엄이 2,000만~3,000만원씩 붙어 팔려나가고 전매 기간이 풀리지 않은 아파트가 프리미엄이 붙어 불법적으로 손바뀜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과열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이 과정에서 치고 빠질 수만 있다면 지금의 상황은 더 없이 좋은 재테크 기회다. 하지만 그런 재테크가 모든 사람에게 다 통용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과도한 대출이자 부담에 원금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
파주 신도시 아파트들은 이에 대한 반면교사다. 2006년 청약 당시 떴다방이 활개를 치고 아파트 당첨 프리미엄이 1억원까지 치솟았다. 누구나 당첨만 되면 목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고 불법전매를 통한 손바뀜도 활발했다. 하지만 이제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들은 3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분양가를 밑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파주신도시' 반면교사 삼아야
청약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인천 청라지구와 남양주 별내지구가 이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주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살아나는 경제가 방향을 반대로 틀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전용 85㎡(32평) 아파트를 3억여원에 분양 받아 2년여 만에 8억원 넘은 가격에 팔았다는 판교 신도시의 성공 사례만 귀담아들을 일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경제는 여전히 위태롭고 대출이자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불법전매를 통해 치고 빠지기 위한 투기꾼이 아니라면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닌지, 개발호재의 현실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 먹고 맨 뒷사람이 개에 물린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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