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요일 아침에/8월 28일] 무너지는 서비스업, 불황의 실체
입력2008-08-27 17:33:15
수정
2008.08.27 17:33:15
최근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면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다시 서울에서 깨어났다면 11년 전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해 세월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FT는 주택대출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르렀다고 전하고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한 규모는 GDP의 3배에 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기업 IMF’였다고 할 수 있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직장을 잃어버려 맞을 수밖에 없었던 ‘가계 IMF’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3가지 통계는 우리 국민이 ‘가계 IMF’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우리 국민이 올 상반기 해외유학과 연수로 지출한 비용은 지난해보다 5.8% 줄어 2001년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7월 한 달 서울 시내의 대중교통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하루 평균 30만명이나 늘어났다. 이는 모두 유가와 원화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탓이라고 보여지지만 경기침체로 장사가 안돼 자영업자 숫자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상반기 기준 올해 자영업자 숫자는 ‘신용카드 대란’이 있던 2003년 이후 처음으로 6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대신 도매ㆍ소매ㆍ숙박ㆍ음식업 등 4대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출은 올 1분기에 78조원에 이르러 전년 대비 21.8%나 증가했다. 몰락하는 자영업자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중산층이 감소한 것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이미 발등의 불이 됐으나 그 저변에는 자영업자의 몰락이 도사리고 있다. 자영업 종사자의 퇴출이 중산층 붕괴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폐업 음식점은 3만609곳, 휴업 음식점은 8만9,144곳으로 집계됐다.
전국 13만개 슈퍼마켓 중 2만5,000개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슈퍼마켓조합연합회는 한 달에 회원업체가 400개씩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가 대종을 이루고 있는 서비스업의 고용감소는 올 하반기에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며 제조업 부진과 고물가가 소비위축과 서비스업 침체를 야기해 고용마저 크게 줄어드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몰락이 가속화하는데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산업에서 자영업자 비중은 미국ㆍ일본 등의 선진국이 10% 내외인데 비해 무려 30%에 육박한다. 지표만으로 보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셈이다.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자영업의 또 다른 취약점이다.
법률자문ㆍ회계ㆍ인력파견ㆍ장비임대 등 생산자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의 3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제조업에서 퇴출된 인력들이 서비스업으로 대거 진입했으나 역대 정부가 생산성 향상에 소홀한 탓이다.
고용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증가가 부진하다 보니 성장 기여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국 서비스업의 경쟁력 약화로 내국인의 해외소비는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소비는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부진으로 국내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악순환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었으며 수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 30%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3%인데 비해 우리는 그 절반인 1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은 제조업 분야의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과거에는 제조업이 들어서는 곳에 회계ㆍ법무 등 서비스업이 따라갔으나 이제는 서비스업이 발달한 곳에 제조업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많이 창업하고 많이 망하는 비효율적인 서비스업을 무턱대고 지원할 게 아니라 서비스업의 대형화와 투명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재정지출만 늘어나는 사회서비스의 확대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지식기반형 산업인 생산자서비스를 늘려나가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무너진 서비스업을 살리려면 적극적인 개방으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