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도부가 기초연금법 제정과 관련, 사실상 여당안을 수용한 국회 본회의 처리 방침을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이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새누리당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최종 당론 결정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의원총회를 열고 기초연금법 제정과 관련한 당론 채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 회기 내 기초연금법 제정안 처리를 주장하는 '찬성' 의견과 차분한 논의를 거쳐 새누리당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이에 따라 지도부는 새누리당이 제시한 절충안과 새정치연합의 주장을 담은 법안을 복지위에서 동시 의결한 뒤 2일 본회의에서 자유투표 형식에 부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야당안을 여당안과 함께 본회의에 제출해 원칙을 지켰다는 명분은 세우면서도 자신만의 주장을 위해 새누리당이 제시한 법안 상정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고육책인 셈이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의총장에서 "이제는 기초연금법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낼 때가 됐다"며 "법안 표결처리에 임할 것인가 아니면 법안 상정을 끝까지 저지할 것인가에 의견을 하나로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전환된 의원들 간의 토론에서는 찬성 의원과 반대 의원들 간의 주장이 극명하게 맞섰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선거를 앞두고 있어 어떻게 해서든 2일 본회의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또 일단 새누리당이 제시한 안에 합의한 뒤 5년 뒤 재협상하자는 의원들의 발언도 있어 토론 분위기가 팽팽하게 흘렀다"고 전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토론 시작에 앞서 소속 의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여론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전수조사 결과 "이번 회기 처리에 찬성한다"고 답한 의원이 63명, "반대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의원이 4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명은 기권, 나머지 21명은 답변을 제출하지 않았다.
강기정 의원은 이와 관련, "항상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결정하는 것이 의총의 관행이었다"며 "최근을 떠나서 지난 10여년 동안 이런 식으로 서면결정한 경우는 없었다"고 의원 전수조사에 대해 반발했다.
이에 따라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정회한 뒤 따로 모여 새누리당안과 새정치연합안을 모두 2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의총을 재개해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저녁 속개된 의총에 참석인원이 많지 않아 2일 다시 의총을 소집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새누리당안은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되 가입기간이 긴 저소득층 12만명은 무조건 20만원을 지급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새정치연합안은 국민연금과의 연계 없이 소득 하위 80% 노인에게 무조건 월 20만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당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내부진통만을 거듭하면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에도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기초연금과 관련한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반대해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3월에도 여야정 협의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또다시 지도부가 나서 여야 합의점을 찾았지만 세번에 걸친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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