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이다. 미주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교황이 탄생했다.
유럽권 신자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라틴 아메리카의 교세는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10년 당시 전 세계 가톨릭 신자 2억9,100만명 가운데 70%는 유럽인이었다. 그러나 신자 수가 11억명으로 늘어난 2010년에는 23%로 크게 줄었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톨릭의 위세는 확산을 거듭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신자 수는 1910년 7,000만명에서 2010년에는 4억2,500만명으로 늘었다. 전 세계 신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카톨릭 신자를 보유한 국가다. 2010년 현재 교인 수는 1억2,670만명에 달한다. 멕시코의 신자 수도 9,640만명으로 세계 2위다. 이번에 교황을 배출한 아르헨티나는 전체 인구 4,000만명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70%를 넘는다.
바티칸의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에 참여한 추기경 수에서도 라틴아메리카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전체 추기경 115명 중 유럽이 6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지만 라틴아메리카 추기경은 19명이다. 이밖에 북미가 14명, 아프리카가 11명, 아시아가 9명, 중동과 오세아니아가 각각 1명씩이다.
새 교황의 선출 소식에 아르헨티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가톨릭계는 물론 언론도 예상치 못한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교황 선출에 당황하면서도 자축 분위기에 빠졌다.
아르헨티나 가톨릭계는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배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자국 추기경의 선출에 큰 기대감을 걸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라틴아메리카 가톨릭의 승리”라며 크게 반겼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성당 미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교황 선출 소식에 박수와 환호로 환영했다. 일부 신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거리를 달리던 차량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새 교황 선출을 축하했다.
일부 언론은 프란체스코1세를 축구영웅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에 비유하며 ‘아르헨티나 최대의 경사’로 표현했다.
인접국 브라질은 아쉬움 속에 축하 인사를 보냈다. 브라질은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배출되면 오질로 페드로 셰레르(63) 추기경(상파울루 대교구장)이 유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바티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던 글로보TV 등 브라질 주요 방송은 장-루이 토랑 프랑스 추기경의 입에서 ‘베르골리오’라는 이름이 나오자 목소리가 낮아졌다.
브라질 가톨릭주교협의회(CNBB)는 성명을 통해 “희망의 대륙 라틴아메리카에서 사상 처음으로 교황이 탄생한 것을 환영한다”며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한 것은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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