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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이 같은 원칙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알루미늄 가격 움직임은 트레이더들이 가격 상승을 노리고 사재기에 나서면서 실제 유통 물량이 줄어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30% 이상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알루미늄 선물은 지난주 톤당 최고 2,115달러에 거래됐으며 7일 2,020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만한 요인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떨어져야 정상이다. 항공기나 건축용 자재로 쓰이는 알루미늄 수요는 경기 침체로 크게 줄었다. 미국 최대의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는 올해 전세계 알루미늄 수요가 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도 늘었다. LME에 신고된 창고 재고량은 올 들어 2배 이상 늘어, 전세계가 48일 동안 소비할 수 있는 460만 톤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된 원인으로 사재기를 꼽고 있다. LME에 신고된 재고량 중 75%가 가격 상승을 노린 계약 물량이거나 창고에 쌓아놓은 것이어서 실제 거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통 가능한 재고 물량은 100만톤, 전세계가 10일간 쓸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도이체방크는 알루미늄 재고가 금융거래나 창고에 묶이면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양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은행의 레온 웨스트게이츠도 "실제 유통량이 100만톤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의 알루미늄 가격을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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