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격 급등으로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전세 가격은 전국적으로 0.60%, 수도권은 0.86%나 올랐다. 전세 가격이 30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2012년 1월 58%에서 2015년 2월 64%로 상승했고 아파트는 평균 70%를 넘어섰다. 반면 월세 가격은 월세공급의 증가로 23개월 이상 하락하고 있으며 월세전환율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전세가 상승은 저금리·월세전환 때문
전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기조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저하 등 구조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임대주택 재고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전세의 월세전환으로 전세 물량이 점점 감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75%로 인하했고 전세의 월세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임차시장은 주택시장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저성장 시대의 거시 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주택시장 내부적으로 전세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궁극적인 대안이지만 임대주택을 공급한들 거시 경제적 여건이 변하지 않는 한 여전히 월세로 공급될 가능성이 커 전세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과연 전세대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가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전월세 가구의 구조적 특성을 보면 월세가구는 대부분 저소득층이 많으며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20대 젊은층과 60대 이상 노인층 가구는 대부분 월세형 임차로 거주하고 있다. 전세가구는 월세가구보다 대부분 상위소득계층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월세 전환 가속화로 인한 월세물량 증가는 월세 가격과 월세전환율 하락을 가져와 예전부터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세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보다는 중소득층 이상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문제로 정부가 나서서 정책보호를 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추가적인 전월세 대책으로 전월세상한제가 논의되고 있으나 월세시장은 이미 꾸준히 증가하는 월세물량으로 임차인 우위시장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재계약시 임대인은 임차인의 요구로 월세를 감해주고 월세보증금을 올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월세시장에서는 임대인이 공실에 대한 불안으로 임차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결국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전세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 될 것으로 보이나 도입취지와는 달리 단기 전세 가격 급등과 임대주택 공급 감소 등 부작용만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작용 큰 상한제 대신 기존정책 집중
결국 거시 경제적 여건변화를 고려할 때 정부는 더 이상 인위적인 전세대책을 고민하기보다는 정부의 지원으로 주택 구입이 가능한 전세가구에는 자가 전환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확대와 주거급여 대상가구 확대, 연 5%이하로 임대료 상한 규제를 받고 있는 등록임대사업자(기업형·일반형 등) 육성,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기존 제도의 활성화에 보다 더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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