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제8기 국회는 24일(현지시간) 지난 1959년 혁명 이후 태어나 포스트 혁명세대로 분류되는 미겔 디아스카넬(52)을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에 임명했다. 수석 부의장은 라울의 유고시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국가 서열 2위다. 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혁명 1세대 호세 라몬 마차도(83)는 디아스카넬에게 밀려 일반 부의장으로 강등됐다.
이날 라울은 "디아스카넬의 수석 부의장직 임명은 국가의 미래 리더십이 새로운 세대로 이양되는 마지막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라울은 이날 5년 임기의 국가평의회 의장직에 재선출됐지만 "이것이 마지막 임기"라고 못을 박아 오는 2018년에는 신세대에 정권을 이양할 것임을 시사했다. AFP통신은 "라울 카스트로가 마침내 정권을 내줄 52세짜리 후계자를 공개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날 쿠바 국회는 5명의 일반 부의장 중 하나로 메르세데스 로페스 아세아(48)를 새롭게 임명했다. 아세아 역시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 혁명으로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낸 뒤 세운 쿠바식 사회주의 정부 때 태어나고 성장한 포스트 혁명세대다.
2년여 전부터 경제개혁에 시동을 건 라울이 차세대 지도부로 40~50대의 젊은 피를 낙점하면서 개혁을 가속화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라울은 2010년 8월 경제개혁안을 발표하고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에 시장적 요소를 도입해왔다. 쿠바 전체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공무원을 대폭 줄이고 국영기업에 성과급제도를 실시했다. 개인주택과 자동차 매매를 허용했으며 지난달에는 자국민의 해외여행 기준을 대폭 완화해 사실상 53년 만에 해외여행을 자유화하기도 했다.
이념적으로 자유롭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신세대가 향후 정권을 잡을 경우 쿠바 개혁에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디아스카넬이 5년 후 라울의 뒤를 이을지는 미지수지만 쿠바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카넬 외에 기성세대의 비리를 규탄하며 국가 요직에서 급부상하는 50대 정치인이 많기 때문에 라울 후임을 놓고 권력암투가 심화되겠지만 결과적으로 포스트 혁명세대가 쿠바의 앞날을 좌우할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이 탄탄대로를 걸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AFP는 "결국 쿠바 경제가 흔들리지 않아야 신세대 정권이 자리를 잡고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지만 쿠바에 석유 등 경제적 도움을 주던 베네수엘라가 최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지병으로 흔들리고 불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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