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정부의 강력한 보유외환 감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다, 올해 늘어난 외환중 절반 이상이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외환보유 증가에 대해 다시 경고하고, 외환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촉구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환보유고= 인민은행은 13일 3월말 현재 중국 외환보유고가 1조2,02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7.36%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세계 2위 외환보유국인 일본 보다 무려 3,000억달러나 많은 것이다. 또 1~3월 외환보유고 증가액은 1,35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95억달러나 많고, 3월 한달 증가액도 4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3억달러가 많았다. 외환보유고 급증은 무역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 증가, 투기성 핫머니 유입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1~3월 중국의 무역흑자는 46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또 지난 1ㆍ4분기 중국에 대한 외자기업 투자액은 158억9,300만달러로 전년대비 11.56%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다 위안화 절상을 노린 외국자금의 급속한 유입도 외환보유고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주젠팡(諸建芳) 중신건설증권 수석 거시분석가는 "1ㆍ4분기 무역흑자규모를 보면 결코 큰 이상이 없고, 특히 3월의 경우엔 68억7,000만달러로 축소됐다"면서 "외환보유고 팽창의 주요인은 위안화의 절상을 노린 투기성 핫머니와 외국기업의 투자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733억달러의 미스터리= 하지만 급증한 외환보유고 중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1ㆍ4분기 증가분 중 무역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액(159억달러)을 뺀 나머지 733억달러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unexplained)'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외환스왑과 기업공개(IPO)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적극적인 외환 스왑에 나서 지난해말 현재 중국은행이 415억3,000만달러, 중국공상은행이 63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이 투자액이 올해 초 대거 회수되면서 외환보유고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루어졌던 중국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IPO 역시 주목 대상이다. 추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IPO를 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본국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 외환 보유고 증가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고 급증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차이즈저우(蔡志洲) 베이징대학 국민경제통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큰 외환보유고는 해로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의 중국 책임자 데이비드 달러 국장은 "중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국유기업들이 수익을 정부에 배당금으로 주고 이를 다시 교육 등 공공투자로 돌리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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