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재정적자를 단 한푼(one dime)도 늘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와의 정부예산자동감축(sequesterㆍ시퀘스터)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자 정부 투자확대가 아닌 제조업 활성화와 수출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이 경제회복을 위해 발벗고 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새로 출범할 정부는 기업에 경제민주화라는 재갈을 물리는 데 급급하고 기업은 눈치 보기에 바빠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지난해 부도를 낸 기업 가운데 제조업체의 비중이 36%를 웃돌며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나 1월 고용시장에서 양질의 노동력을 가진 20~30대 취업자 수가 13만명 이상 줄어든 점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폭우가 쏟아질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에 허덕이는 기업에 당근은 못 줄지언정 매질을 해서는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경제는 심리다.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고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만 확인해줘도 투자와 일자리는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 조만간 발표될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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