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과 수도권 신도시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압축도시’ 이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강남ㆍ북 역차별’에 대한 논란이 일 조짐이다.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서울의 구도심과 수도권 신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초고층화를 핵심으로 하는 압축도시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재건축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해 보다 큰 차원의 도시계획적 접근이 필요한 강남에 대해서는 압축도시 이론을 접목할 논의 구조조차 아예 차단돼버렸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남의 압축도시화를 반대하는 정부와 학계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경우 강남 집값이 단기간에 폭등해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비용을 치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강팔문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지난 8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강남 재건축이 시장교란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 강북 개발에 힘을 집중하고 강남 개발은 우선순위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장 역시 “강남 재건축은 적절한 시기로 유보해놓고 인프라가 좋은 강북의 기성 시가지를 압축도시화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은 이미 고밀화돼 있어 더 이상의 고밀도 압축도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신도시 개발 연구용역을 수행한 이창수 경원대 교수는 “강남을 제대로 압축도시화하려면 타워팰리스가 있는 도곡동 같은 고밀지역의 주위는 모두 공원화해야 한다”며 “강남 전체를 재개발하지 않는 한 소규모 블록별 고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강남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댈 경우 오히려 강남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청와대는 최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기반시설 확충 없이 초고층만 지으면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엉망인 도시가 돼 강남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똑같은 반대 근거가 강남이 아닌 강북의 압축도시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논리도 있다. 대중교통을 비롯한 생활 인프라가 뛰어난 강북 구도심과 실질적 도심역할을 하는 강남은 압축도시화하는 데 있어 엇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찔끔찔끔’ 재건축이 아닌 고밀도 초고층화를 통해 공급을 크게 늘려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여기에는 철저한 도시계획적 접근과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전제조건으로 따라붙는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강남의 압축도시화가 먼저냐 강북이 우선이냐의 문제인데 서울의 중심이 아직도 강북이라면 강북을 먼저 개발하는 게 맞다”며 “강북은 구릉지가 많은 지형적 특성이나 역사ㆍ문화자원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 탓에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압축도시(compact city) 혹은 뉴어버니즘(new urbanism)=현재의 서울과 수도권처럼 기존 도시의 외곽을 끊임없이 개발해나가면 원거리 출퇴근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점점 증가한다. 외연확대를 지양하고 대중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뛰어난 도심을 초고층 빌딩 위주로 고밀도 개발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압축도시 이론의 핵심이다. 미국 대도시에서 비롯돼 최근 도시계획의 유력 사조로 폭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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