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가 토평동에 추진중인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사업을 위해 내달 중순께 미국 투자업체와 35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정(Investment Agreement)을 체결한다. 투자협정은 양해각서(MOU)보다 구속력이 높아 투자유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그동안 외자유치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정부로부터 4번째 퇴짜를 맞았지만, 투자협정 체결 이후에는 사업 추진이 새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24일 구리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9월 중순께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과 관련, 미국의 트레져 베이그룹과 베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 등 2개사와 총 35억달러 규모의 투자협정을 체결한다. 구리시는 이들 회사들과 이전에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어 놓고 있지만, 이보다 구속력이 높은 투자협정을 맺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정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좀 더 구속력있는 외국인 투자방안이 필요하다며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에 대한 재검토 결론을 내린데 따른 후속조치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이달 초 미국을 직접 방문해 관련 회사들을 설득해 한 단계 상향된 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하고 현재 양측 변호사가 문구 조율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은 토평동 일대 80만㎡에 호텔 등 장식용 고급 마감재를 주문 생산하는 시설은 물론 컨벤션, 호텔, 외국인전용주거 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구리시가 수년째 추진해 오고 있는 사업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해외 2,000여개의 관련 회사를 유치해 1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 50회 이상의 대형 국제 디자인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며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시는 외국인 투자뿐 아니라 지난달에 현대건설·GS건설·부국증권·한국자산신탁 등 국내 투자자들과 MOU를 맺는데 성공했다. 이들 10개 이상의 국내 재무·전략 투자자들은 4,0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아직까지 정부의 중앙투자심사위의 승인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4차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정부는 부지매입과 기반조성공사 등에 시와 구리도시공사 등이 1조3,3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게 되면 고스란히 정부가 부담을 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그러나 구리시는 해당 부지가 그린벨트에서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인데다 800여명의 토지 소유주들이 있어 크고 작은 소송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이해 강제력이 있는 투자확약서를 맺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구리시는 미국 업체와 투자 MOU를 맺어놓고 있지만, 정부는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최근 4번째로 사업계획을 반려했다.
구리시 안팎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안전투자'만을 고집하면서 지자체에 법적으로 무리한 요구만을 되풀이 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정부도 대규모 외국자금이 유입돼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다면 좋은 일이지만 대규모 개발에 나섰다가 부도를 맞은 지방공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구리시측은 "이번 사업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자체가 부지를 조성해 해외투자자에게 분양하는 게 주된 일이라는 점에서 여타 지자체의 대규모 시설 개발사업과는 차이가 크다"며 "정부가 지자체들의 이전 실패 사례와 똑같이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시는 지금까지 정부 요구안을 수용해 구체적인 외자유치 일정 등의 내용을 담은 투자심사 수정안을 확정하고, 오는 10월로 예정된 행자부 투자심사에서 다섯번째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그린벨트가 풀린 곳에 신성장 산업 부지를 조성하고 투자의지가 확실한 해외기업들에게 분양하면 새로운 산업 육성과 대규모 외자유치 등 지역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 측면에서라도 좀 더 전향적이고 현실적인 잣대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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