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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에 ‘사망 선고’를 내린 후 찾아온 첫 주말.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찾아오는 사람은 커녕 전화벨 조차 울리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공인 L사장은 16일 “문의가 아예 없기도 하지만,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어떻게 타협 점을 찾아야 할지 이젠 중개업소들조차 헷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들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 정책과 세금 부담 완화로 호가를 어떻게 든 고수하려 하지만, 매수자들은 주택 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가격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잇따른 정부 대책과 종부세 완화의 최대 ‘수혜주’라 불리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8억원 아래까지 떨어졌던 102㎡형 일부 매물의 호가가 9억원 선 이상을 회복했으나, 매수세는 거의 없어 공허한 가격이 되고 있다. 인근 은마공인 관계자는 “종부세 진짜 안내도 되는 거냐, 증여는 어떻게 해야 하냐 물어보는 주민들의 전화만 있을 뿐이며, 재건축 규제완화 이후 잠시 반짝하던 매수 문의마저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가장 활발한 거래가 포착됐던 송파구 잠실 지역 일대도 종부세 완화에는 별 자극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잠실 주공 5단지 112㎡형은 재건축 규제완화 이후 일부 매물이 거래되면서 시세가 9억2,000~3,000만원 선까지 올라갔으나 이날은 매수 문의조차 끊겼다. 인근 W 공인 사장은 “지금처럼 침체된 시장에서 종부세 몇 백만원 아낄 수 있다고 갑자기 고가아파트의 매력이 돋보이겠느냐”며 “매수자들은 세금 절감 효과 보다는 가격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고가주택 시장에서 각종 ‘호재’의 영향력에 대한 전망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종부세 완화로 고가주택 급매물이 다소 줄어들긴 하겠지만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하락세를 아예 멈추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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