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중국 증시에 브레이크가 없다. 전일 8.49%로 2007년 2월2일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5일에도 7.63% 급락하며 2,964.97로 3,000선마저 내줬다. 나흘간(거래일 기준) 중국 증시 낙폭은 1,996년 이래 가장 큰 21.9%에 이른다.
실제로 상하이 증시는 이성을 잃은 투매 상황에 가깝다. 그동안 인민은행의 입만 바라보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인민은행의 유동성 투입에도 팔자 주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갈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반등을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시장이 공포의 터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단 대다수의 투자은행과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추가 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제정책이 패닉 상태에 빠진 투자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23일 중국 국무원이 양로기금을 통해 1조위안을 증시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25일 인민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7일 만기 역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방식으로 1,500억위안(한화 약 27조6,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지만 시장의 폭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증시 폭락이 중국이 만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골드만삭스는 전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중국 증시를 이끌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특히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진 점은 경기 악순환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폭락에 잠시 잊고 있던 중국 제조업체들의 실적 부진이라는 악재가 뒤따라 온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은 중국의 시스템 리스크를 지적하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제이슨 토머스 칼라일그룹 이사는 "6월30일 기준 중국 기업들의 세전이익에 비해 현 주가는 여전히 25~30% 과대 평가돼 있다"며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가 하락이 기업 재무 상태 악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관찰보는 시장 방어를 위해 주식을 사들인 국유기업들이 증시폭락으로 투자 손실을 입으면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이사는 "추가 하락 후 매력적인 장기투자자가 나타날 때 중국 증시는 바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칭유 민생증권 연구원장도 "지금은 정부 수중에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어 이번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증시가 '과도한 하락세(over shooting)'로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증시 폭락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다양한 조건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며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여전히 필요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중국 증시가 세계 경제 위기 원인의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차이신 PMI 등 중국 경제 위기의 방아쇠가 된 지표들이 중국 경제를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 증시 폭락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만든다는 서구 언론의 시각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다. 리치린 민생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주식 폭락이 중국 때문인가'라는 리포트에서 "과거 중국의 거대한 수요가 미국의 수출을 증대시켰고 중국인의 해외 소비 역시 미국 경제를 살렸다"며 그동안 중국이 세계 경제에 끼친 공헌을 무시한 채 현 상황을 모두 중국 탓으로 돌리는 서방 세계의 목소리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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