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기로에 선 글로벌 경제회복을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같은 과감하고 야심 찬 수요진작 정책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IMF의 최고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10~11일 미국 워싱턴에서 31차 총회를 마치고 채택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서 "세계 경제회복이 지속되고 있으나 기대보다 미약하다"며 "현재의 경제성장과 미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이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IMFC에는 188개국 IMF 회원국을 대표하는 24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여한다.
IMF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기조에 있지만 여전히 취약하고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일부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장기간의 낮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와 위험자산 투자 증가, 지정학적 긴장 등은 경제 하방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염려되는 지역으로 유럽이 지목됐다. 선언문은 "미국과 영국은 경제활동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일본의 회복세는 미약하고 유럽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성장 해법으로 유연한 재정정책을 통해 수요를 확대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은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유연한 재정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총회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은 침체에 직면한 국가들이 과도한 긴축으로 경제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같은 흑자재정 국가들이 공공과 민간의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시켜 일자리와 총수요를 견인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과 일본 등의 경제성장 촉진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올해와 내년 저성장이 예상되는 일본의 전망이 불확실하므로 일본 당국이 예산감축을 신중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점차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소비 주도의 성장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견도 나왔다. 특히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세계 경제가 위기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경제 위기론을 일축하고 독일의 역할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특정인들은 공공투자 확대가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했다.
과감한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IMFC 의장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거시경제정책보다 구조개혁에 더 집중했다"고 전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세금을 낮춰 투자를 촉진시키는 동시에 사회복지 지출을 줄여 이를 공공투자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게 주된 구조개혁 논의사항이었다. 다만 샨무가라트남 의장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컨센서스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정책과정에 대한 논의 진전은 없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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