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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가 요즘 우리경제의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재벌개혁, 복지강화 등 글로벌경제 시대에 맞는 경제 정책을 놓고 다양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이 와중에 한국 시장경제가 그 동안 발전해온 과정, 역대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들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시장경제체제'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겠다.
이 책이 지적하는 우리나라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의 시장경제가 민간기업 스스로 구축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계획하고 설계해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시장과 정부는 대립관계에 있는 게 보통이지만 한국에서는 반대로 시장과 정부가 돈독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발전해왔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형태는 빠르고 조직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반면 정경유착과 재벌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특징으로 한국이 '정부주도형'으로 발전했지만 나중에는 민간의 역할이 더 컸다는 점을 거론한다. 그간 한국 경제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민간기업의 역할이 과소평가됐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업들이 정부가 세운 틀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보통의 시장보다 큰 권한을 가졌다는 것. 남미 등 정부 주도아래 초고속 성장을 추구했던 다른 나라들이 실패했던 것과 달리 한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민간분야의 활발한 움직임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 특징은 한국 경제가 겪었던 몇 차례의 위기가 오히려 경제체질을 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특히 외환위기는 폐쇄적이었던 한국의 시장을 개방하게 했고 대대적 구조조정과 극복 과정을 통해 개혁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전반적으로 IMF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위험요소를 털어냈고 그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대 속에서도 그 어떤 개발도상국보다 빠르게 세계 경제 구조에 적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요지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시장경제는 '한국적 특성에 맞는 제도 정착'이다. 또 기본적으로 시장에 큰 폭의 자유를 줘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의 정부 주도 성장모형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종료될 수밖에 없었다고말한다. 한국은 그 이 후 영미식 글로벌 스탠더드를 바탕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해보기도 했고 북유럽 국가의 모형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모형도 한국 경제가 추구해야 할 역할모델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그러나 정부의 역할강화도 배제하지 않는다. 기업과 민간이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라면 정부는 게임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심판과 같다는 것. 이 책은 "성숙한 시장경제 시스템일수록 제대로 된 정치와 정부를 필요로 한다"며 "이들이 시장제도를 보호하고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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