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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서부이촌동 부동산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구역지정 해제를 예상하는 집주인들이 내놓은 급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불안한 전망 탓에 거래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한강로 등 용산개발 수혜를 기대했던 인근 지역에서도 거래 실종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심각한 주택경기 침체에도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프리미엄으로 최근까지 근근이 거래가 이어졌던 상황이 하룻밤 사이에 돌변한 것이다.
용산개발사업의 좌초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가 지난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부이촌동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서부이촌동 주민 S모씨는 "설마설마했던 상황이 벌어져 주민들 충격이 크다"며 "5년간 묶였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잘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출을 많이 받아서 근근이 이자를 상환해나가던 주민들은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서부이촌동 베스트공인의 천홍진 이사는 "전세를 내놓을 때 입주권 때문에 세입자 전입신고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세놓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게 이곳의 현실"이라며 "통합개발안을 두고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은 물론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패가 십 수개로 갈릴 정도로 갈등도 심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주민 의견도 묻지 않은 통합개발안이 발표된 후 5년이 지난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5년간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이곳 중개시장에 급매물이 등장했으며 4월21일 구역지정이 자동해제 될 경우 급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지역 B공인의 한 관계자는 "시세랄 게 없어 경매낙찰가에 3,000만~4,000만원 더 얹은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 디폴트 소식에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서부이촌동뿐 아니라 국제업무지구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도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강로3가 고급주상복합촌 시티파크 인근 H공인의 한 관계자는 "용산개발 기대에 경기침체 속에도 그나마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됐었는데 이제는 매수 문의도 뚝 끊겼다"며 "개발이 무산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당분가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가들 역시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지역이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변의 연립주택의 경우 경기침체로 40% 정도 가격이 빠졌는데 용산 프리미엄 자체가 사리지게 되면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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