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대주택시장이 명실상부한 월세시대로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2011년 1월 31.9%에서 2012년 12월 35.1%로, 2013년 12월에는 40.3%를 기록, 월세 비중 40%를 넘어섰다. 이는 무보증 월세를 제외하고 보증부 월세만 포함한 수치여서 실제 월세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처럼 월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킬 시스템은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전세자금대출 등 전세대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공공임대주택만으로는 임대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월세 시대로의 전환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을 모두 배려하는 균형적인 월세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월세는 주거비 부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서민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있으나 마나 한 월세지원 대책=순수 전세매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보증부 월세 매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대책은 전세에만 집중돼 있다. 지난해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내놨지만 월세 대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월세소득공제 혜택 확대'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집주인 우위의 임대차 시장에서 세입자가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 탓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송파구 잠실동 P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월세 가구 수는 378만가구이지만 월세 소득공제 신청자 수는 9만3,47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하면 월세 가구 중 소득공제 혜택을 본 가구가 약 2.47%에 그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의 독려로 은행권에서 시행 중인 월세대출 역시 저소득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월세대출 금리가 5~6%대로 3% 중후반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훨씬 웃도는 고금리인데다 신용등급을 1~8등급으로 제한하고 있어 정작 월세자금이 필요한 저소득자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실제 월세대출 상품의 이용실적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각각 5건, 6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세대출이 저소득층에 유용한 상품이 되려면 정부가 정책자금을 지원해 이율과 등급을 낮춰주는 등의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임대주택 공급 늘릴 대안 부족=업계 전문가들은 월세시대로의 전환이 연착륙하려면 기본적으로 민간임대물량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시간 및 비용 면에서 한계가 분명해 폭증하는 임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데 급급하면서도 정작 민간임대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왔다. 지난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지만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세제 혜택이 한시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시장에 내놓기를 꺼려했다"며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의지와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민간임대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국토부와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 매입임대주택 수는 지난 2011년 27만4,587가구에서 2012년 27만4,708가구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의 경우 민간임대사업자 수가 같은 기간 1만4,797명에서 1만2,217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시행된 준공공임대주택 제도 역시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0년이라는 임대기간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다 '전용 40㎡ 이하 재산세 면제'를 제외하고는 현재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월세 동향 파악할 통계 마땅치 않아=월세시장에 대한 통계가 매우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한국감정원의 '월세가격동향조사'도 8개 시도에 한정돼 있는데다 총 3,000호를 대상으로 하는 표본조사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별 월세가격과 월세이율을 산출하기 어려워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월세시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월세시장의 정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기관설립과 제도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데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만한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전월세상한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보증금에 따라 천차만별인 월세의 상한선을 어떻게 설정할지 데이터에 기반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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