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그루지야 영토 절반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에 대한 러시아군의 진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측통들은 러시아가 그루지야의 휴전제의와 유럽연합(EU)의 평화 중재안을 잇따라 거부하고 공세를 이어감에 따라 그루지야 미하일 사카슈빌리 정권의 전복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12일 AP통신은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그루지야 영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특히 트빌리시에서 북서쪽으로 65㎞떨어진 군사요충지인 고리 시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그루지야 영토를 사실상 양분하게 됐다. 러시아가 그루지야의 주요 거점을 대부분 장악하면서 트빌리시의 진격 가능성은 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러시아측은 트빌리시 진격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러시아의 현재까지 태도로 봐서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그루지야를 완전히 정복해 파괴하려는 시도를 국제사회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루지야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G7(주요 7개국)의 외무 장관들은 이날 전화 회의를 열어 양측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한편 EU 의장국인 프랑스의 중재 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열쇠를 러시아가 쥐고 있어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는 "러시아의 힘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에 대한 서방의 선택권은 거의 없다"며 "미국이나 나토 회원국 누구도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문제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사태는 유라시아와 세계에서 지배적 위상을 되찾으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제국주의적 야망에서 비롯됐다"며 "결국 푸틴 총리가 결단하지 않는 한 그루지야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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