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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신흥국 통화 등 '위험 자산'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리비아 사태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등 지난달 전세계를 뒤덮었던 불안 요인들이 커다란 상황 진전 없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 경기 요인이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재부각되면서 그동안 리스크 요인을 회피하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다시 신흥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한편으로 그동안 각광 받던 엔화와 미 국채는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대지진 사태 이후 엔화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에 한때 2차대전 이후 최고인 달러당 76.25엔까지 치솟았던 엔화 가치는 지난 1일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84.06엔까지 밀려났다. 대지진 이후 한동안 엔캐리 자금 청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화에 대한 투기수요가 몰렸지만 초기의 '패닉'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하자 일본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18일 선진7개국(G7)의 시장 공조개입 이후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자 시장 참가자들이 미일 간 경기 격차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생산과 소비위축, 수출감소, 경상수지 악화 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에서 엔화 매도가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시장의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의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치는 고공행진이 한창이다. RBC캐피털마켓의 신흥시장 리서치를 담당하는 닉 채미 글로벌 수석은 "중동의 소요가 주요 산유국으로 확산되고 일본 원전이 최악의 사태를 맞는 잠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등 주요 신흥국 증시는 약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MSCI이머징마켓지수가 2008년 6월 이래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까지 한 주 동안 신흥시장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6억달러에 달해 1월 초 이래 최대 규모에 달했다. 특히 최근 발표된 3월 중국 제조업 경기가 4개월 만에 개선된데다 한국의 수출실적이 예상치를 웃도는 등 경제 펀더멘털 개선이 증시 호조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28일부터 한 주간 세계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아르헨티나로 주가지수가 3.68% 상승했으며 2위인 독일 DAX지수(3.36%)를 제외하면 한국 코스피지수(3.26%), 인도 센섹스지수(3.21%), 홍콩 항셍지수(2.78%), 남아프리카공화국 FTSE/JSE톱40지수(2.40%) 등 신흥국 증시가 줄줄이 이어졌다. 여기에 한국과 대만ㆍ인도ㆍ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신흥국 통화로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0.2% 올랐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인도 루피화 가치도 각각 0.2%씩 상승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지난달 31일 글로벌 투자자들의 링깃화 표시채권 보유액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는 중앙은행 발표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말레이시아 소재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의 재무 어드바이저 반노 아키라는 "말레이시아 채권으로의 자금유입은 해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당국은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지만 가치 상승의 여지는 아직 많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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