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선 후보 측은 단일화 TV토론 당일인 21일까지도 단일화 방식을 확정 짓지 못한 채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협상안이 나오기도 전에 양측은 이날 "안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본선 대결해야 승리할 것(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 "문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앞선다(우상호 공보단장)"며 장외싸움에 더 골몰했다.
지난 6일 두 후보의 1차 단독 회동까지는 아름다웠다. 문 후보는 '후보 등록 전 단일화 합의'라는 목적을 관철시켰고 안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이라는 성과물을 챙겼다.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한 타협의 결과였다.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 과정을 언론에 유출하고 조직을 동원하는 등 반칙을 했다"며 갑작스레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후보는 18일 2차 회동을 통해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단일화 협상을 재개했지만 협상 내용이 일부 언론에 유출되면서 또다시 '언론플레이' 논란이 일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고의적으로 흘렸다"며 협상 내용을 공개했고 안 후보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단일화 협상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지만 사흘 동안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대치했다. 그 사이 두 후보는 상대방 깎아내리기에만 몰두했다. 문 후보는 "99% 서민 후보"를 부각시키며 은연중에 안 후보를 '귀족후보'로 폄하했고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민주당을 '구세력'으로 몰아세웠다. '미래를 지향한다'던 안 후보마저 구태정치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양측이 '유불리'에만 집착하는 사이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은 물 건너갔다.
이제 현실적으로 남은 것은 TV토론 후 여론조사뿐이다.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 방식의 재탕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단일화 방식마저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줄 TV토론 시간조차 두 후보와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우왕좌왕했다. 방송사들은 TV토론 시간을 밤10시로 정했다가 자사 '드라마' 시간과 동시 중계 불가를 핑계로 밤11시로 늦췄다. 이 과정에서 KBS는 아무런 예고 없이 방송시간을 11시30분으로 편성해 민주당은 "고위임원이 개입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양측의 이전투구로 단일화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측이 강조해온 '가치가 하나 되는 세력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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