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최근 경제회복 기조와 더불어 주택 가격이 급등하며 '부동산 버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지 부동산조사 전문업체인 라이트무브는 영국의 올해 평균 주택 가격이 지난해보다 6%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 초 이 업체는 2013년도 평균 주택가 상승세를 2%로 산정했으나 지난 7월 4%로 수정한 뒤 불과 2개월여 만에 다시 수치를 높여 잡았다. 이는 지난 3년간 가격 상승률(+2.12%)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로 '부동산 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2007년(+11%)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라이트무브가 별도로 발표하는 9월 주택가격지수도 전년 대비 4.5%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영국 런던의 주택 매도호가는 지난해에 비해 이미 8.2% 올랐고 중서부는 6.8%, 남동부는 5.6%, 웨일스는 3.8%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부동산시장이 휴장기인 여름휴가 시즌에 진입했지만 9월 들어 주택 가격이 떨어진 곳은 요크셔와 훔버사이드 등 단 두 지역에 불과하다.
주택 가격 상승은 영국 경기가 그만큼 되살아나고 있음을 반증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지나친 급등세가 촉발되고 있어 문제다. 영 주택금융조합협회(BS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향후 집값 오름세를 전망하는 영국인들이 60%를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생애최초주택 구매자들이 기존 25년 상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대신 최장 40년 등의 장기 모기지론으로 몰리고 있다. 가디언은 "구매능력이 떨어지는 소비자들이 가격상승을 예상해 과도한 채무를 지고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출자들이 장기상품으로 몰릴수록 가격 상승세가 빨라지고 거품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07년 부동산 버블이 가속화됐던 아일랜드에서도 30~35년물 장기대출이 주류를 이뤘다.
영국 정부도 '주택 랠리'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지난주 말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와 영란은행(BOE)은 부동산시장에 다시 실제적인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방어수단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BOE는 17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주택 버블 대책을 점검할 계획이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할 당시 담보대출 기간을 40년에서 25년으로 낮추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하며 주택 버블을 잠재운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부동산 평가기관인 왕립평가사협회(Rics)를 인용해 "정부가 주택 가격 상승세를 연 5%로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최초주택 구매자에게 적용되는 '헬프투바이' 보조 프로그램 중지 등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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