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시대 그리고 국경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문학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셰익스피어가 떠오른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찬사를 받았던 셰익스피어 작품은 100개가 넘는 언어로 퍼지면서 문학의 경계를 벗어나 연극ㆍ영화 등 문화계의 아이콘이 됐다. 셰익스피어는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천재 작가일까. 그가 영국 스트랫퍼드의 킹 뉴스쿨에 다녔다고 추정되지만 막상 1560부터 10여년간의 학교 기록에는 그에 대한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어느 누구도 그가 언제 런던에 왔는지, 어떻게 단역배우에서 일류 극작가이자 극단 주주로 신분상승을 하게 됐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또 그가 서명한 편지나 그가 소유했던 책은 한 권도 남아있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또 생전의 명성과는 비교될 만큼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것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가 과연 진짜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400여년 동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 그의 사후를 파헤친다. 문화 아이콘의 탄생에는 출판계가 큰 역할을 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후7년이 지난 1623년에 벌어진 사건에 주목한다. 셰익스피어 극단의 단원인 헤밍스와 컨들이 셰익스피어가 남긴 희곡을 모아 호화판 책으로 출간했다. 당시 호화판 책은 순수문학에만 한정해 출간했지만 두 사람은 통속적인 그의 희곡을 화려하게 엮어냈다. ‘첫번째 2절판(First Folio)’이라 불리는 이 책은 구텐베르그 성서 다음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고서가 됐다. 복사본이 600만 달러를 넘을 정도이니 원본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가 없을 정도다. 덧없이 사라질 뻔한 셰익스피어가 시대와 국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한 것은 두 사람 덕분이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 셰익스피어는 천재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조목조목 대면서 대중의 문화사적 욕망에 의해 조작된 문화영웅 중 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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