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미국ㆍ일본ㆍ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개도국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2012년까지 우선 300억달러를, 이후 오는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씩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5월까지의 집계 결과 당초 예정됐던 300억달러 중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236억달러에 그쳤고 실제 집행된 금액은 47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유엔기후변화협약펀드 등 유엔 채널을 통해 집행된 금액은 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직접 주거나 세계은행 등 다른 국제기구를 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우리나라는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운동을 할 때 최대 8,300억달러의 기금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의 300억달러 지원도 물 건너간 마당에 내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씩 조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더욱이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교토의정서는 2020년까지 연장됐지만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ㆍ인도 등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국들이 모두 빠졌다. 앞으로 회의를 계속해 2020년 이후에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자고 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송도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출범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기금조성 전망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엔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 선진국들의 지원방식도 기금 모금에 결코 밝지 않은 조건이다. 물론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부작용이 심화되면 협약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질 수도 있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지나친 실망도 금물이다. 일단 우리 땅에 들어온 사무국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상황 진전을 보면서 차분히 발전시켜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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