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한 마리가 있다. 칠면조는 자기를 위해 매일 먹이를 주는 주인의 행동을 ‘삶의 보편적인 규칙’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앞둔 어느날. 칠면조는 통으로 구워져 추수감사절 식탁에 올랐다.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져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현대인의 모습도 칠면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역사를 통해 학습된 논리와 과학으로 미래를 예측해 보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월가의 새로운 현자’로 불리는 투자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 활동하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학식과 견문이 넓은 사람들이 공들여 미래를 예측을 해 보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고 아프게 꼬집는다. 저자는 경제경영 분야의 신개념으로 등장한 ‘블랙 스완’을 빌려 불확실성으로 발생하는 돌발 상황 혹은 극단 상황을 설명한다. 블랙 스완은 18세기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서구인들이 진출했을 때 ‘흑(黑) 고니’ 를 처음보고 백조는 흰색이라는 과거의 인지가 무너져 충격에 빠진 사건을 빗댄 말이다. 블랙 스완의 속성은 ▦희귀성 ▦극도의 충격 ▦예견의 소급적용 등이다. 배불리 먹으며 살찌우던 칠면조가 믿었던 주인의 칼날에 고깃덩어리가 된 것이 칠면조 앞에 나타난 블랙 스완이라면, 담보가 부실해도 대출을 남발한 미국의 금융계로 인해 터진 세계적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닥친 블랙 스완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현실로 나타나 세계 금융계의 어마어마한 자본들이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되리라고는(극도의 충격) 누구도(희귀성) 상상하지 못했다. 저자는 그 주범을 넥타이 차림의 신사들 즉, 월가의 은행가, 금융기관, 강단의 학자들이라고 지목하면서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학식과 명망 높은 집단이지만 블랙 스완의 출현을 제대로 예견하지 못했으며, 뒤늦게 원인을 설명하면서 마치 예측 가능했던 것(예견의 소급적용)이라고 포장하기 바쁘다고 비난한다. 현대사회는 왜 블랙 스완의 출몰이 잦은 것일까. 저자는 원인을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찾았다. 경험적 법칙이 통했던 과거의 ‘평범한 왕국’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예측이 가능했으며, 다수가 부를 나눠 갖고, 자가증식을 하지 않았다. 반면 기술이 발전한 오늘 즉, ‘극단의 왕국’에서는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면 단추 하나로 혹은 실수로 지구상의 인간을 모조리 없앨 수도 있다. 또 잘 만하면 1분 만에 막대한 재산을 거머쥘 수도 있고 반대로 날려버릴 수도 있으며, 자가증식이 용이하다. 그렇다면 극단의 왕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의 제안은 이렇다. “예측 불가능한 검은 백조에 대해 순진하게 예측하겠다고 노력하기보다 미지의 가능성에 순응하고 모르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낫다. 블랙 스완 현상에 몸을 맡기고 기회를 늘리면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대신 저자는 넘쳐흐르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 만의 준거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법으로 독서, 사람들과의 대면을 통한 정보수집 등을 권한다. 경제 에세이 성격이 짙은 책은 경제학ㆍ심리학ㆍ철학ㆍ역사ㆍ통계학ㆍ물리학 등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이론과 법칙을 통해 극단의 왕국에서 터지는 블랙 스완을 파헤친다. 용어해설과 참고문헌을 제외하고도 400페이지가 넘은 녹록치 않은 분량이지만, 저자의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내는 블랙 스완 현상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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