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1억원 이상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 매수자가 선뜻 나서는 상황은 아닙니다.”(강남구 개포동 K중개업소 사장) 8일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1ㆍ11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을 맞은 부동산시장은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1ㆍ15대책에서 올해 1ㆍ11대책과 1ㆍ31대책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정책이 불과 두달 새 잇따라 쏟아지면서 시장이 바짝 움츠린 것이다. 여기에 여당 출신의 국회 건교위 의원들의 대거 탈당으로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도입 및 분양원가 공개 등과 관련된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강상태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이 전국 3,921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간 아파트 매매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에서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매도우위)’고 응답한 비율은 37.8%로 ‘매수우위’(4.9%)라는 응답보다 8배 가까이 많았다. 집값 폭등 양상이 극심했던 지난해 11월 첫째 주의 경우 매도우위 비율과 매수우위 비율이 각각 4.5%, 61.9%였다. 실제 서울 강남 일선 중개업소에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수천만원씩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 실종으로 대부분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K중개업소 사장은 “일반 아파트 중에서도 호가를 낮춘 매물이 간혹 나오고는 있지만 매수호가보다는 아직 많이 높은 편”이라며 “대부분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1억~2억원 정도 싼 가격에 나온 급매물은 일부 거래가 되고 있다.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급매물을 중심으로 최근 13평형이 7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이 아파트의 호가는 8억원을 웃돌았다.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강남 일대의 고가 아파트들 중에서도 한달 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가 되고 있다. 삼성동 아아파크 인근 I중개업소 사장은 “비인기층인 2층 55평형이 최근 26억6,000만원에 팔렸다”고 말했다. 한달 전 이 아파트의 호가는 27억원을 웃돌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강북 재개발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남동 뉴타운 인근 H중개업소 사장은 “11ㆍ15대책 후 보름 정도 급매물이 나왔다가 그 이후에는 거래가 된 적이 없다”며 “재개발 지분 호가만 평당 500만원 정도의 폭으로 올랐다 내렸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약시장은 오는 9월 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ㆍ소형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예컨대 금호건설이 인천 영종도에서 분양한 ‘영종 어울림’은 지난 1일 무주택 및 1순위 청약에서 33평형은 1순위에서 23.83대1로 마감됐다. 반면 39평형은 미달, 46평형은 1.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양가자문위를 통해 분양가상한제에 준해 분양가 검증에 나서는 바람에 업체들이 분양시기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신영은 청주에서 1월 중 지웰시티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현재 분양시기를 늦춘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업체들의 분양연기가 속출함에 따라 올 2월 분양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같은 시장상황이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으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추세를 바꿀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상반기까지는 시장 분위기를 바꿀 만한 큰 재료가 없어 약보합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6월 전에 더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여 한 차례 더 집값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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