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의 해외여행 코너에서는 대개 좋은 장면만 본다. 관광객을 끌어야 하니 당연하다. 나쁜 장면은 국제면이나 사회면에나 나올 뿐이다. 해당 국가의 관광청은 물론이고 우리 여행사들도 소홀하다. 메르스도 이미 국제뉴스 칸을 도배하고 있었지만 관광상품 안내에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럼 우리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은? 해외에 나가본 사람은 외교부의 문자를 받는다. 비상상황에는 현지 영사관으로 연락하라는 메시지다. 기자는 다행히 연락할 만한 위급한 상황은 이제까지 만나지 않았다. 아직은 '해외여행'을 가는 국민을 심각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는 듯하다.
우리 국민 가운데 해외를 여행한 사람은 지난해 1,608만명에 이르렀다. 전 인구의 3분의1이 해외여행을 한 셈이다. 사업이나 교육 차원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관광 목적이다. 해외여행에 대한 우리 정부와 사회의 태도는 지원이라기보다 오히려 방해한다는 쪽이다.
오랫동안 수출입국이라는 모토의 산업사회에서 살아서 그런지 수입품에 대해서는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비싼 사치품을 사들인다든지 하는 낭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는 정부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객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오히려 세금을 매긴다. 출국세(정식 명칭은 '출국납부금', 항공료에 포함돼 있다)로 1인당 1만원을 꼬박꼬박 받는다.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방문지가 다양해지면서 우리 국민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 같은 질병 피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런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응방안을 누가 세울 것인가. 당연히 우리 정부가, 세금을 받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관광분야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에도 '국외여행센터'라는 조직이 있기는 하다. 2012년에야 문을 열었으니 신생조직이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이를 담당할 조직으로 만들어졌으나 전반적으로 관광공사 업무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관광공사의 일이 국내 관광 시장을 키우는 데 있는 터라 외화유출에 불과한 해외여행자 대상 업무는 귀찮은 일이다.
바레인에 거주하다 메르스를 국내에 들여온 '슈퍼 전파자'의 부주의에 대해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1,600만명 해외관광 시대를 맞아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보다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꾸리고 정책을 집행해야겠다. 정부는 '출국납부금'을 통해 지난해 관광진흥개발기금 2,378억원을 징수했다. 하지만 이 기금의 사용처 가운데 올해 '국민국외여행 공적서비스' 항목예산은 겨우 2억원이 잡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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