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에 인공섬을 짓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군사 옵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지역을 둘러싼 중국의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중국이 맞대응할 경우 G2 양강의 극한대치 국면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분쟁도서인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 12해리 안쪽으로 미 해군 군함 및 정찰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최근 참모진에게 지시했다. 중국이 이곳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가운데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해안선 12해리 이내에 병력 투입을 고려함으로써 중국의 주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 해역 90%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곳에 해역권이 있는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대만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의 환초 및 암초에 준설장비로 모래를 쏟아부어 인공섬 7개를 건설하고 있고 주변국은 관할도서에 정착촌을 짓는 등 관련국 사이에 실질적 영토 확보를 위한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주요 어장이자 막대한 양의 원유·가스 자원이 매장된 곳이며 연간 5조달러가량의 화물이 오가는 국제항로이기도 해 지정학적 가치가 높다.
미국은 중국의 인공섬을 지금껏 인정하지 않았지만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인공섬 12해리 이내 지역에 병력을 투입한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백악관 및 미 국방부 내에서는 인공섬 건설이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진척되기 전에 중국에 보다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카터 장관의 이번 행보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이해된다고 WSJ는 전했다. 남중국해 내 중국의 인공섬 크기는 지난해 면적 500에이커(1에이커=4,047㎡)에서 최근 2,000에이커까지 늘어났고 지난달 공개된 위성사진에서는 전투기 및 정찰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를 짓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이 지역으로의 미 군사력 배치는 동맹국을 활용한 군사훈련 등의 형식을 띨 수 있으나 현재까지 관련 방안이 백악관에 공식적으로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만약 백악관이 이 방안을 승인할 경우 중국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에 반발해 인공섬 건설을 더욱 늘리거나 보다 노골적으로 이 지역 영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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