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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10월 27일] 가을 자전거

며칠 전 '칼 퇴근'을 선언했다. 오후5시30분 정각에. 그리고는 모든 업무 스케줄을 거기에 맞추었다. 결재 6건, 보고 5건, 외빈 3인 그리고 오찬 약속. 중간 중간에 업무 관계자를 불러 독려(?), 5분 안에 설득을 못 시키면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보고하도록 일갈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숨 넘어가듯이 몰아치자 5시35분에 일이 끝났다. 만족스러웠다. 이 모든 것이 사무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울긋불긋한 단풍 숲으로 변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눈에 들면 어느새 지나가버린 가을과 단풍이 못내 아쉬워 가슴앓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가을을 사랑하는 이유는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면서 끝의 아름다움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 삶에 대한 의문도, 신의 축복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시절에 밀어붙이기만 하면 될 것 같았던 많은 일들이 실패한 이유도 그 숙성의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을 조급해하고 익지 않은 채로 마감하는가.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가슴에 와 닿기 전에 해야만 하는 우리의 조급함을 일깨워주는 계절이 이 가을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역동의 사회다. 역동적이지 않은 것은 퇴보한다. 역동성은 변동성을 낳는다. 그리고 변동성은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를 지난다. 그리고 그 골이 깊을수록 상처도 깊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런 역동성과 변동성 속에서 우리가 쉴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을의 자전거는 우리 일상의 작은 쉼터가 아닌가 한다. 오늘은 2인 자전거를 탔다. 2인 자전거는 이런 느낌을 준다. 우선 뒤에 있는 누군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느낌과 누군가가 나와 동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좋다. 하나 둘, 하나 둘 호흡도 맞춰야 하고 약간은 위험하게 느끼고 또 약간은 힘도 더 든다. 그러나, 그림자에 비친 동행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우리는 그런 동행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렌다는 청춘의 역동성도 필요하지만 '가슴 벅찬 동행'이라는 동반자애(愛)가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역동성이 없는 사회는 발전과 그에 따른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역동성의 사회에 감동과 쉼터가 없다면 지속성을 잃게 된다. 깊어가는 가을, 저녁 가로등 밑으로 붉게 타오른 단풍 밑을 동행의 모습으로 페달을 밟아가는 길은 꼭 우리 인생의 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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