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현 정부의 키워드 중 하나지만 정확한 의미와 이에 맞는 실천전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창조경제의 키워드는 서로 다른 학문 및 산업 간 그리고 산학 간의 융합, 기업가 정신, 고용창출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창조경제는 한마디로 부가가치 즉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보면 새로운 것이 별로 없어 보이나 잘 살펴보면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창조경제는 창의성이 부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동인이라는 점이다. 기술과 경영ㆍ인문학을 창의적으로 융합하고 산업 간 벽을 허물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제가 성공했는가는 그로 인해 국가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증대됐는지로 평가할 수 있다. 부가가치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창조경제가 산다. 그래서 요사이 기업인들이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경영과 융합된 기술 새 부가가치 창출
그러나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교육에 대한 투자다. 노벨상 단골후보이자 '신성장이론'으로 잘 알려진 폴 로머 교수는 성장에 있어서 교육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토지ㆍ자본ㆍ노동의 전통적 생산의 3요소 외에 지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물적 자본에 대한 수확은 체감하나 새로운 기술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에서 창출되는 지식의 수확은 체증하며 이것이 새로운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성장을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에 비유한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재료와 조리기구와 같은 물적 자본보다는 레시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레시피 즉 아이디어가 없어서 못 만드는 것이다. 창의적 레시피가 단위재료당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살리려면 교육투자 특히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교육투자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교육열은 세계최고 수준이나 교육재정투자는 신통치 않다. 교육재정은 교육효과의 장기적인 특성 때문에 비생산적으로 여겨져서 투자 우선순위가 하위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교육재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기술교육 효율 높이는 데 투자 늘려야
그러면 창조경제하에서 어떠한 교육투자가 필요한가. 필자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술경영에 대한 교육투자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경영은 기술과 경영의 접목, 융합 등 여러 가지로 정의되고 있지만 윌리엄 밀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술투자비용에 대한 최대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기술투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기술경영의 보급과 확대를 위해 기술경영대학원의 설립과 이를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10년 전문 기술경영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지원 대상학교를 선정한 바 있지만 수도권 대학교 중심이었다.
기술경영 교육은 제조산업이 집중돼 있지 않은 수도권보다는 산업밀집 지역에 지원돼야 한다. 그래야 현장인력에 대한 기술과 경영의 융합이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아직도 선진국보다 낮은 제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술경영교육은 우리나라에 현재 만연돼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피할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그 원인이 학생에게 있지만은 않다. 교육이 문제다. 기술교육이 보다 재미있어져야 한다. 기술과 경영 및 인문학을 융합해 기술교육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공대생이 기술인 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공유될 때 이공계도 살아나고 창조경제도 성공한다. 창조경제의 제일 큰 가치동인은 아이디어와 융합된 사람이다. 길게 보고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야 창조경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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