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1년 7월 네이트와 싸이월드가 해킹을 당해 가입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새나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사건 이후 전국 각지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보안관리 소홀을 이유로 운영자인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SK컴즈는 "정작 해킹의 피해자는 회사이며 여러 보안업체와 계약을 맺고 개인정보보호 조치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어느 정도의 보안 수준을 유지해야 해킹 책임을 피할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온다는 점에서 당시 소송은 법조계 안팎에서 관심을 끌었다.
법원은 대부분 SK컴즈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보안 의무를 지켰고 해킹 수법이 매우 전문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2월 SK컴즈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해킹이 진행되는 동안 보안팀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데다 내부 직원들이 전산망에 접속한 뒤 로그아웃하지 않고 퇴근하는 등 보안 책임을 소홀히 했다"며 소송을 낸 해킹 피해자 2,882명에게 SK컴즈가 위자료 2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이 원했던 수준의 배상금은 아니었지만 기업의 보안 의무를 좀 더 엄격히 판단했다는 점에서 서울서부지법 판결은 법조계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킹과 관련된 집단소송 가운데 첫 원고 승소였던 서울서부지법 판결을 이끈 곳은 법무법인 민후였다. 김경환 민후 대표변호사는 당시 사건을 승소로 이끌기 위해 정보보안 학원을 주말마다 찾아 10시간씩 공부하며 이론 등을 익혔다. 이러한 노력으로 상대방 자료를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최대한 상세히 분석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담당자가 로그아웃을 하지 않고 퇴근한 과실 등을 찾아낼 수 있었다.
민후는 IT 전문 로펌 답게 IT 기업의 이익을 위한 소송을 제기해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화면저장 프로그램인 '오픈캡쳐'를 불법사용했다는 이유로 저작권사가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내라는 공문을 보내자 '합의금을 낼 이유가 없다'며 역으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낸 것이다.
소송에서 민후는 기존의 무료사용자들에게 저작권사가 자동으로 유료버전을 다운로드하도록 한 뒤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그대로 유료버전을 사용하게 됐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밝혀냈다. 이어 단순한 캡쳐 프로그램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액수가 카피 한 번에 수백만원이라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음을 밝혀내 손해배상금의 액수를 카피당 2만원이라는 현저히 적은 액수로 낮춰 기업의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 2011년 업무를 시작한 민후는 현재 변호사 수 10명에 불과한 소형 로펌이다. 하지만 불과 3년만에 'IT 분야의 절대 강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민후에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김 대표를 필두로 4개의 팀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IT 관련 소송의 특징은 다른 소송에 비해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복잡한 기술적 내용을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민후 변호사들은 IT 책을 펴놓고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판사가 모든 기술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술적인 내용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용어와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 IT 기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도 전문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민후는 법률 뿐만 아니라 IT 교육에도 많은 시간과 열정을 할애하는 내부 문화를 만들었다. 민후는 매주 세미나를 열어 IT 관련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모든 소속변호사들이 각자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하며 집단지성을 최대한 활용한다.
민후는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수준의 복지를 제공한다. 변호사들은 1년에 한 달 가량의 안식월과 2주의 휴가를 보장받고 있다. 일반 직원들도 변호사에 준하는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민후가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로펌계의 구글'을 꿈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멀리하고 로펌에서 떠올리기 쉽지 않은 구글과 같은 열린 IT 기업 문화를 지향한다"며 "지혜를 모아 열린 창의성을 무한정 발휘할 수 있는 공동체, 복지에서 1위가 되고 싶은 공동체, 끊임없이 변화와 소통하고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
김경환 대표변호사 "IT기술변화 발맞춘 토털서비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