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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합리적인 행동이야"

'경제학 콘서트2' / 팀 하포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빈민가 흑인이 애써 공부하지 않는 것도
생활비 많이 드는 대도시로 사람들 몰리는 것도
사회현상 경제학적 해석… 흑인에 '차별없는 인센티브'등 부작용 해소의 길 제시도
지난 9일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의 터줏대감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가 한나라당 신인 홍정욱 후보에게 3% 차로 패배하는 이변을 낳았다. 뉴타운 개발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막연한 구민들의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타운 개발의 혜택을 노원 구민 모두가 입을 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들은 로또복권을 사서 번호를 맞추기 직전 같은 들뜬 기분으로 한나라당을 선택했을 수 있다. 경제관련 칼럼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미국의 팀 하포드의 말을 빌리자면 구민들이 ‘경제학적 합리성’에 근거를 두고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면 선택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경제학적 합리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 이를테면 집값이 더 비싸고, 생활비도 더 드는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나, 인종차별을 받는 흑인이 공부하지 않는 이유 모두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다. 풀어보면 이렇다. 출퇴근하는 데 평균 두시간씩 걸리고 공해도 더 심하지만 도시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쉬워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하는 데 더 쉽다. 또 빈민가 흑인이 공부하지 않는 이유는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공부를 잘 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DNA에 뿌리깊게 새겨져 있어서다. 애써 공부를 하는 것이나 길거리에서 노는 것이나 인생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흑인들이 내리는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좀 더 충격적인 사례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구강성교(fellatio)가 늘고 있다는 뉴욕 타임스 사설을 보고 미국인들은 경악하며 ‘말세’를 운운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봤다. AIDS바이러스인 HIV가 구강성교보다 일반 성교를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학 지식이 상식으로 통하면서 성(性)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AIDS에 걸리지 않으려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사무실 풍경은 합리적인 듯 해 보이지만 부조리의 온상이다. ‘일 안하고 빈둥대는 상사가 나보다 더 많이 월급을 받는다’는 데 분노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 이유는 제조업과 달리 사무직은 업무 목표와 성과를 철저하고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없기 때문. 그래도 직장을 다녀야 하는 현실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합리적 선택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해법으로 저자는 ‘유인책(incentive)’을 제시했다. 빈민가 흑인에게 차별받지 않는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한다면 이들을 학습의 길로 인도할 수 있고, 도시 범죄율도 낮출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것. 대도시로의 집중은 일거리 분산이 인센티브이며 직장의 부조리는 승진이라는 인센티브로 해소될 수 있다. 2006년 발간돼 국내에서만 35만권 이상이 팔린 ‘경제학콘서트1’에 이어 신간에서도 저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낸다. 청소년들의 섹스행태에 관한 주제로 시작해 도시의 성장, 그리고 국가의 경제에 이르기까지 포커스를 넓혀가며 다양한 이론을 근거로 사회현상을 풀어낸다. 1권에 비해 개인적인 관심사에 집중하고 있으며 초반에 선정적인 주제를 동원해 독자의 눈길을 확 잡은 데 반해 사회ㆍ국가 등 범위를 넓혀가면서 점차 집중력을 잃고 산만해지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나 딱딱한 경제학 분야의 이론과 사회 현상을 연결해 쉽게 해석하는 시도는 인정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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