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산림녹화 운동과 철도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 받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온실가스 감축 기자회견에서 오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한 답변이다.
기자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부족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국제탄소시장(IMM)에서 사오고 일부는 청정개발사업(CDM) 투자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설명 끝에 나온 말이지만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불확실성이 큰 무책임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IMM에서 11.3%(9,600만톤)의 배출권을 사들일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이 정확히 3번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질문에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11.3%를 해외 수입으로 충당하려면 온실가스 배출권 9,600만톤을 사들여야 한다. 1톤당 1만원만 해도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아닌가. 국민이든 기업이든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는 데도 재원마련 방법은 고사하고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막연히 수입하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발표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부실 브리핑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창의적 발상이라는 배출권 수입의 사례도 명쾌하지 못했다. 정부 합동 보도자료에는 스위스와 캐나다, 모로코, 멕시코, 리히텐슈타인 등 5개국의 사례가 예시돼 있다. 얼핏 보면 IMM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이 국제적으로 보편화한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부는 스위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지만 '그런 방안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도 죄다 영문을 통째로 옮겨놨다. 모로코 사례 역시 활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
무엇보다 공론화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에서 밝힌 1~4안은 사라지고 '3안+α'라는 5안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정부 나름대로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심했다지만 4개 공청회 안을 아무런 공론화 절차 없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6월 말까지가 유엔 제출 시한이라지만 후대에 부담을 안겨줄 중차대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한 준수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불편한 걸음을 하는 것은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기보다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기존 산업을 저탄소 녹색체제로 바꾸자는 데 있다. 대책 없이 급조한 아마추어 온실가스 정책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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