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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난 1980년대식 노동운동에 머물러 있는 노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10일 열린 노사상생문화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 전문가들은 지금의 노조는 1987년 직후 요구사항만 봇물처럼 내놓던 노조 수준에 갇혀 자기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외환위기 이후 노동운동이 자기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급급해 일반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최근까지 정치ㆍ사회적인 고립에 빠져 있다며 사회이익을 생각하는 새로운 노동운동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새로운 시장 경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동운동의 건강한 리더십 확립이야 말로 한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선진화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노조가 투쟁일변도에서 벗어나 교육ㆍ조사ㆍ홍보ㆍ연구 등 소프트 파워를 키워 국민들을 지지를 얻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운 노동을 펼쳐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노조가 더 이상 조직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의 이익을 생각하는 공적인 마인드를 갖출 것을 제시했다. “공적인 마인드가 정치적 편향성을 제거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노조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제 노조도 경제와 노동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존재라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노동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복수노조 금지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적용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한 사업장에 두 개 이상의 노조 설립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회사가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김준용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노동계에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는 천연두 예방주사와 같다”며 “당장 아프다고 해서 맞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밝혔으며 최 석좌연구위원도 “노조가 새 노동운동을 하겠다면서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에서는 여전히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자립하기 위해 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당장 시행하는 것은 노조의 희생만을 가져오는 만큼 시한을 두고 노조ㆍ회사ㆍ정부가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합의해나가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법조계를 대표해 이날 포럼에 참석한 법무법인 광장의 주완 변호사는 “노측과 사측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게 아니다”라며 “노사상생의 문화가 형성되려면 노사가 서로를 인정하는 순수한 마음을 바탕으로 서로의 요구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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