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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공들이고 있는 투자 유치는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 조성과 외부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책·제도 도입이 전제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뒤따른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투자 극대화를 위해 특정 지역 중심의 경제특별구역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특구는 투자환경 개선을 통해 고용, 소득, 수출, 외국인투자 유치, 기술 도입 등을 촉진하는 경제적 목적과 새로운 정책·제도를 실험하는 시범지역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
수출주도형서 자유무역 기지로 전환
자유무역지역은 1970년 수출입국을 기치로 내걸고 수출자유지역으로 출발한 경제특구다. 당시 부족했던 자본·자원·기술·기업 등을 외국에서 유치하고 우리의 장점인 근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결합해 생산한 제품을 작은 국내 시장 대신 해외시장에 수출했다. 이를 위해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부품·자본재 등을 관세 없이 도입했다. 당시 높은 관세율을 고려하면 큰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이때 설치된 마산자유무역지역은 대만의 가오슝과 함께 세계적인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다만 글로벌화·무역자유화의 진전으로 이제는 자유무역지역을 특정 지역에서 국가경제에 통합하는 관점에서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수출 주도와 외자 유치에서 경제성장의 플랫폼 기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수출주도형 특구에서 자유로운 무역 및 거래 활성화의 기지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자유무역지역은 시장을 내어주되 외국 물품을 완제품보다는 반제품으로 들여와 가공한 뒤 수입하는 것을 유도함으로써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자유무역지역의 입주 자격으로 외국인투자기업에는 개방적인 데 비해 국내 기업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비중을 요구해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2003년 외투기업의 경영환경뿐만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을 통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나아가 한국을 동북아의 경제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기업뿐 아니라 주민도 유치하는 도시로서 복합개발을 특징으로 한다. 산업 외에도 주거·교육·의료·상업·관광 등의 분야도 입주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아직도 많은 지구가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어도 사업성이 낮아 추진되지 않는 지구는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외국교육기관·외국의료기관·복합리조트 등에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지만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분야는 생산성 향상 여지가 높고 다른 분야에의 파급효과도 크다. 정부의 관련부처는 긴밀히 협력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기관이나 기업을 동등 대우해 단독투자나 합작투자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외 기업 투자 동등대우해야
경제특구는 당초의 설립 취지에 맞게 투자환경 개선을 통해 국가 전체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 경제특구에 외투기업과 국내 기업이 입주해 거래관계를 맺어 기술 확산,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사업기회 창출 등이 이뤄져 투자 유치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내외 투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과거 외국인투자 우대정책을 폈던 중국도 2008년부터 법인세율을 25%로 동등하게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인투자를 우대해왔으나 지금은 국내외 투자를 동등대우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때다.
/박재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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