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는 오래된 숙제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도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적 논의를 확산시키려 했지만 돌발한 촛불시위 사태 이후 묻히고 말았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시간도 촉박하다. 원전의 안전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도 원전 에너지는 불가피하다. 원전 발전의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필수조건인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가공해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을 도입하면 저장시설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부피가 20분의1로 줄어들어 저장시설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정부와 사전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재처리가 가능해져도 사용후핵연료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의 저장시설은 여전히 필요하다.
문제는 공론화 과정과 부지선정을 소모적 국론분열을 피하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나갈지에 있다. 2005년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시설 부지선정 당시의 교훈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19년에 걸쳐 안면도ㆍ굴업도ㆍ부안 등으로 후보지가 바뀌고 백지화되는 격심한 진통을 겪다가 어떻게 경주로 성사될 수 있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요컨대 후보지역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자율결정권 유도가 부지마련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이런 조건하에서만 지역주민에 대한 인센티브도 최대한의 효과를 내게 된다. 이런 원칙은 이번에도 유효할 것이다.
공론화 작업과 동시에 저장시설 부지선정 작업을 병행하는 방법도 검토해봐야 한다. 정부는 오는 2014년까지는 공론화 작업에 주력하고 2015년부터 부지선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공론화가 정확한 타깃이 없는 공허한 논란에 그쳐 장기 공전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2024년이라는 임시저장시설 마련의 데드라인을 지킬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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