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의 백70은 대세의 요충이다. 이곳을 흑이 점령한다면 우하귀 방면은 양날개를 편 이상형이 될 것이다. 백72는 일단 이렇게 버티는 도리밖에 없다. 이세돌이 흑75로 잽을 하나 날렸을 때가 문제였다. 실전은 백76으로 순순히 받고 흑이 77이라는 요충을 차지하는 것으로 낙착되었는데…. “사실은 흑75가 공연한 손찌검이었어요. 그냥 77로 두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흑75는 하마터면 결정적인 과수가 될 뻔했는데 백이 순순히 받았기 때문에 좋은 수가 되었어요.”(김만수) 백76으로는 참고도1의 백1, 3을 선수로 두고 5로 우변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니면 아예 참고도2의 백1로 공격해보는 것도 일책이었다. 만약 흑이 2로 내려선다면 백3으로 차단하여 백이 유망한 전투가 될 것이다. “여기서 창하오가 이세돌의 발목을 낚아챘더라면 승부는 정말 알 수 없었어요. 그런데 불리한 줄 뻔히 알 텐데 순순히 받고 말았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윤현석)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있었던 것 같아요. 두 판을 일방적으로 완패하고서 자기도 모르게 공포심 비슷한 것이 생겨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김만수) 확실히 이 부근의 처리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승부사는 언제나 역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기회가 아닌지 순간마다 확인해야 한다. 이세돌은 특히 그런 찬스를 감지하는 데 뛰어난 사람. 그런데 창하오는 모처럼 찾아온 찬스를 그냥 흘려보낸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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