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행이 갑작스럽게 무산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날과 현 부장이 숙청된 날은 지난달 30일로 정확하게 일치한다. 현 부장이 지난달 13일 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사전조율을 위해 러시아를 찾았지만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김 제1위원장의 방러가 취소됐고 그 책임을 현 부장이 지게 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한 고위당국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배경을 확인 중"이라며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를 방문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의전 및 경호 문제, 핵 문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김 제1위원장이 최종 결정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부장의 처형에서 드러난 김 제1위원장의 '폭압통치' 역시 갑작스러운 방러 무산 이유의 하나로 거론된다. 이 당국자는 "김 제1위원장에게 방러를 건의해서 갔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건의한 사람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방러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전승절 행사 참석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참모진의 정책적 판단이 김 제1위원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행사에 임박해 불참을 통보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게 됐다는 것이다.
외신 등 일각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핵 보유국 지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당국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속한 러시아가 북한의 핵 보유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러시아의 비핵화 요구에 김 제1위원장이 답변하기 궁색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